일본이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에 이어 화학상까지 잇달아 수상하며 기초과학 강국의 위상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사카구치 시몬 오사카대 석좌교수의 ‘조절 T세포’ 연구와 기타가와 스스무 교토대 교수의 ‘금속·유기 골격체(MOF)’ 개발은 인류 난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 혁명적 성과로 평가받는다. 일본의 기초과학 분야 27번째 수상은 단순한 부러움을 넘어 우리 과학기술 정책의 근간을 냉철하게 되돌아보게 한다.
일본이 노벨상 강국으로 자리매김한 건 두터운 연구층과 인프라뿐 아니라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꾸준히 투자한 결과다. 일본 정부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대학 중심의 기초과학 연구에 예산을 집중했다. 2001년에는 ‘50년간 노벨상 수상자 30명 배출’을 과학기술기본계획 정책 목표 중 하나로 설정하고 지원을 계속했다.
이번 MOF와 조절 T세포도 수십 년간의 ‘침묵의 연구’ 끝에 탄생한 결실이다. 최근 10년간 노벨상 수상자들은 연구 개시 후 핵심 논문 생산과 그 후 수상까지 평균 32년 걸렸다(노벨과학상 수상자 분석)고 한다.
하지만 우리 연구 현실은 일본과 너무나 딴판이다. 정부 연구 예산 지급 대상이 나노, 녹색 기술, 인공지능(AI) 등 정권 때마다 바뀌기 일쑤다. 단기간 특정 분야에 연구비를 몰아주는 방식으로는 노벨상급의 ‘거목’을 키워낼 수 없다. 이런 단기 성과주의는 열악한 처우와 맞물려 우수 과학영재의 의대 쏠림으로 이어지고 있다. 어렵게 기초과학의 길을 택한 인재조차 국내 연구 환경에 실망하고 해외로 떠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24년 국가 경쟁력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두뇌 유출(36위) 및 해외 고급 인재 유입(38위)에서 중위권에 머물렀다.
정부가 내년 사상 최대인 34조원의 과학기술 연구개발 예산을 편성하고 장기 연구를 지원하기로 한 점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하지만 우리 과학자들에게도 ‘실패할 자유’와 충분한 기회를 제공해야만 기초과학 분야에서도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노벨상 수상을 위한 국가전략적 도전’을 선언하며 1996년 고등과학원을 설립한 지 30년이 가깝도록 해당 분야 수상자가 ‘0명’인 이유를 곱씹어 볼 때다.

1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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