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EU도 철강 관세 50%… 여야 ‘1호 합의’ K스틸법은 어디서 잠자나

1 month ago 11
유럽연합(EU)이 수입산 철강 관세를 미국과 같은 수준인 50%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울러 무관세를 적용하는 철강 수입량(쿼터)도 절반으로 축소하겠다고 한다. 그동안 EU는 국가별 일정 쿼터에 무관세를 적용하고 이를 넘어선 물량에 25%의 관세를 부과해 왔는데, 앞으로 이 쿼터를 절반으로 줄이고 관세도 두 배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미국의 고율 관세에 맞서 유럽 내 철강산업을 보호하려는 조치다.

미국에 이어 한국 철강의 최대 수출 시장인 EU마저 관세 장벽을 대폭 높이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또 한 번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지난해 한국의 대(對)EU 철강 수출액은 44억8000만 달러로 단일 국가 1위인 미국을 웃돈다. 이미 미국이 6월부터 외국산 철강 제품에 50%의 품목관세를 부과하자 철강 수출은 8월 15.4%, 9월 4.2% 급감하며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대 시장인 유럽까지 막히면 수출은 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철강 기업들을 위협하는 중국산 저가 공세와 국내 건설경기 침체는 해소될 기미가 없다. 이에 더해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과 탄소 배출 규제 강화처럼 업계의 부담을 키우는 악재는 계속해서 쌓이고 있다. 장기 침체를 넘어 생존을 위협받을 처지라는 기업들의 호소가 괜한 엄살이 아니다.

이런데도 위기를 맞은 철강산업을 지원하겠다며 여야 의원 106명이 공동 발의한 이른바 ‘K스틸법’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이례적으로 공감대를 이뤄 민생경제협의체에서 우선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던 법안이다.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5년 단위의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각종 보조금·세제 지원과 규제 혁신 등의 근거를 담았다.

하지만 여야의 대립 속에 민생협의체는 출범 선언만 한 채 가동되지 못하고 있고, K스틸법 처리 역시 공회전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산업의 쌀’인 철강을 둘러싼 관세 전쟁은 도미노처럼 확산되고 있다. 이를 방치하면 철강 도시 포항, 광양 등이 한국판 ‘러스트 벨트’(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로 내몰리는 건 시간문제다. EU와의 협상을 통해 한국산 철강의 무관세 쿼터를 최대한 확보하는 한편 K스틸법의 초당적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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