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1㎞ 송전선로 건설에 21년 걸린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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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4.02 17:49 수정2025.04.02 17:49 지면A31

국내 최장기 지연 사업으로 꼽히던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가 마침내 어제 준공식을 했다. 2003년 계획 수립 이후 지난해 말 공사를 마무리하고 전력 공급을 시작하기까지 21년이나 걸렸다. 지역 주민 반발로 실제 공사에 들어간 건 2014년이지만, 그 후로도 10년이 소요됐다. 철새 영향, 서해대교 경관 훼손 등을 이유로 지방자치단체가 인허가를 거부한 탓이다. 당초 2012년 6월이던 준공 목표도 6차례나 늦춰졌다. 41.3㎞의 송전선로 하나 건설하는 데 이 정도 세월이 걸리는 나라가 또 있겠느냐는 탄식이 나올 만하다.

이번 송전선로 연결로 태안화력발전소 등 서해안에서 생산된 전력을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국가 첨단전략산업 특화 단지로 지정된 충남 천안, 아산을 거쳐 수도권 남부까지 공급할 수 있게 됐다. 국가의 미래 먹거리가 될 산업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 서해안의 발전소들은 전기를 보낼 길이 부족해 가동률을 낮출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한국전력은 대신 연간 3500억원이 더 드는 액화천연가스(LNG) 전기를 구매해 왔는데 이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 만시지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제2, 제3의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가 한두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송전선 사업 31개 중 제때 준공된 사례가 5곳에 불과하다. 60개월 이상 장기 지연이 예상되는 구간도 5곳이나 된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전력 수요는 폭증하는데, 송전망 건설이 막혀 어렵게 지은 발전소마저 놀리는 실정이다. 동해안의 발전사들이 전력망 지연으로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고 한전을 제소하겠다고 나설 정도다.

500여 일 만에 국회 문턱을 넘어 9월부터 시행되는 국가 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에 기대가 크다. 특별법이 일거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정부가 송전선로 확충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갈등을 중재하고 인허가를 일괄 처리하게 된 만큼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국무총리 산하에 만들어질 전력망위원회가 비상한 각오로 국가적 난제 해결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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