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다음달 수천 명을 감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인력의 약 20%(4만5000명)가 집중된 영업 및 마케팅 부문이 타깃이다. 지난달에 제품 및 엔지니어링 부문을 중심으로 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인 약 7000명을 줄인 데 이어 두 달 만에 또다시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이다. 이와 달리 인공지능(AI) 분야 최고급 인재를 영입하려는 빅테크 간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메타는 초지능 AI를 개발하기 위해 인재 영입에 나서며 수억달러의 연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AI발(發) 고용시장의 급변이 미국을 중심으로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美 테크기업 감원 6만 명 넘어서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MS가 다음달 초 수천 명을 감원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감원 칼바람’은 실리콘밸리 테크업계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다. 메타는 지난 2월 전체 인력의 5%에 달하는 3600명을 감원했고, 구글은 2월부터 지난달까지 광고·디바이스·클라우드 등 일부 사업부에서 수백 명씩을 줄였다. 지난해에만 약 1만7500명을 감원한 인텔은 다음달부터 파운드리 사업부 전체 인력의 15~20%를 감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번 감원 인원도 1만 명이 넘을 전망이다. 글로벌 고용 데이터 분석업체 레이오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 테크기업의 감원 규모는 이미 6만 명을 넘어섰다.
구조조정의 원인이 바뀌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테크업계 구조조정은 기업이 AI 인프라 투자 비용을 마련하려는 목적이 컸다면, 이제는 AI가 사람들의 직무를 대체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업무 지원(비서·경리 등) 일자리는 2022년과 비교해 18% 줄어들 전망이다. 영업(-13%), 식품 서비스(-2%), 생산직(-1%) 일자리도 AI로 인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전날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몇 년 안에 회사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AI 사용으로 사무직 인력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AI 인재엔 ‘천문학적 보상’ 제안
감원 칼바람 속에서도 AI 관련 직무에선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고숙련 AI 전문가 유치전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초지능 연구소 설립을 추진하는 메타는 오픈AI, 구글 등 경쟁사에 재직 중인 AI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최대 수억달러에 달하는 보상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이와 관련해 “메타가 우리 직원들에게 최대 100만달러의 입사 보너스와 그 이상의 연간 보상 패키지를 제시하고 있다”며 “이건 정말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I로 인한 일자리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범정부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에서 AI 발전에 따라 직무 전환이 필요한 인력 규모는 2030년까지 12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재택근무 확산 등으로 대규모 직무 전환이 일어난 코로나19 팬데믹(860만명) 때와 비교해도 약 40% 더 많은 수치다. 맥킨지는 “근로자들의 직무 전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대규모 직업훈련과 재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