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쇼핑 앱 ‘네이버 플러스 스토어’를 12일 출시했다. 네이버라는 종합 플랫폼에서 쇼핑 부문만을 떼어내 독립시킨 것으로 이 같은 별도 앱 출시는 2021년 네이버페이 이후 4년 만이다. 오픈AI가 오퍼레이터라는 ‘초거대 쇼핑 AI’를 최근 선보이는 등 빅테크의 안방 공습이 임박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AI 쇼핑 판 까는 네이버
신규 앱에 네이버는 자체 개발한 대규모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X를 적용했다. 이용자의 선호도와 과거 구매 이력, 검색 맥락과 의도를 AI가 파악한 뒤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두뇌 역할을 맡는다. 네이버 관계자는 “AI 모델을 계속 개선하고 있다”며 “AI 쇼핑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앱이 출시되더라도 기존 네이버 내 스마트스토어는 그대로 유지한다. 네이버는 당분간 두 가지 쇼핑 방식의 공존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에선 검색창에 텍스트를 입력하면 그에 맞게 쇼핑 목록이 화면에 뜨는 방식이라면 AI 쇼핑은 말 그대로 AI가 개인 맞춤형으로 쇼핑 목록을 추천해주는 것이 목표”라며 “판매자와 사용자 모두 새로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AI 쇼핑 앱의 특징은 소비자가 직접 세부 정보를 찾아보지 않아도 관련 상품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젊은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AI를 적용한 짧은 동영상(숏폼)으로 상품을 소개하는 ‘발견’ 서비스도 추가했다.
AI 쇼핑 시장은 갈수록 경쟁이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도 자체 AI 모델인 ‘카나나’를 적용한 별도 앱을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 카카오톡 플랫폼에선 AI 기능을 제대로 구현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AI를 활용해 식당을 예약하고 사용자 맞춤형 스케줄을 짜주는 등의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빅테크 안방 공습 막아라”
네이버는 올해 쇼핑 부문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유튜브, 틱톡 등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해야 하는 검색 등 다른 부문에 비해 성장성이 여전해서다. 지난해 쿠팡의 거래액은 55조원으로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네이버는 약 50조원으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네이버 쇼핑 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말 기준 27%다.
쿠팡을 비롯한 e커머스 업체는 쇼핑에 AI를 적용하는 걸 주저해왔다. AI가 이용자의 필요를 오독해 구매할 생각이 전혀 없는 상품을 추천할 수도 있어서다. 이를 광고로 느낀 이용자가 앱을 이탈할 위험도 크다. 쿠팡도 이 같은 부작용 등을 우려해 AI 개발을 미뤄왔다. 하지만 네이버는 2023년부터 자체 AI 모델을 개발하며 쇼핑과의 결합 시너지를 계속 테스트했다.
AI 쇼핑은 기존 플랫폼 중심의 쇼핑을 완전히 뒤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AI가 사용자가 원하는 모든 것을 추천할 수 있다면 판매자가 AI 사업자에 종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올 정도다. 오픈AI의 오퍼레이터도 이베이 등과 제휴를 맺었다. 아마존도 AI 스피커 알렉사를 새로 선보이며 AI 쇼핑을 강화하고 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