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고민했던 사직구장 주변 상인들 "자이언츠 살아야 우리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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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강선배 기자 = 지난 1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관중석을 가득 채운 팬들이 롯데를 응원하고 있다. 2025.6.17 sbkang@yna.co.kr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봄이 이미 지났는데 올해는 진짜 다르네."
야구 도시 '구도' 부산이 8년 만에 가을야구를 꿈꾸는 롯데 자이언츠로 들썩이고 있다.
롯데가 마지막으로 가을야구를 경험한 것은 2017년이다.
이후 롯데는 7위, 10위, 8위, 8위, 8위, 7위, 7위를 기록하는 등 만년 하위권 팀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었다.
매년 하위권을 기록한 롯데도 시즌 초반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시범경기부터 장마 시즌 전까지만 유독 잘해 이른바 '봄데(봄에만 잘하는 롯데)'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까지 붙었다.
그간 '봄데'의 가장 큰 취약점은 얇은 선수층이었다.
시즌 초반 잘 나가다가 선수 핵심 선수 1~2명이 부상으로 이탈하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는 다르다.
올해 벌써 황성빈, 윤동희, 나승엽, 손호영 등 주축 선수가 부상하고 백업인 장두성마저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또 다른 백업 선수들이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팀은 어느새 선두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롯데는 '화수분 야구', '잇몸 야구'라는 새로운 별칭을 얻었다.
롯데 팬 김진성(39) 씨는 "올 시즌도 별로 기대를 안 했는데 백업 선수들이 펄펄 날면서 팀을 끌어 올리고 있는 모습에 과거와 다르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받았다"며 "이번에 마지막으로 속는다는 생각으로 내심 가을 야구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기대감은 최근 몇 년간 급속히 증가한 젊은 야구팬에 더해 그간 부진한 성적에 아예 야구를 끊었던 과거 롯데 골수팬들까지 다시 사직구장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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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강선배 기자 = 지난달 22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롯데와 LG의 경기. 2025.5.22 sbkang@yna.co.kr
25일 롯데자이언츠에 따르면 올해 사직야구장에서 치러진 총 37경기 중 27번이 매진됐다.
하루 평균 관중 수는 삼성과 LG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사직야구장은 마지막 홈경기가 열린 이달 22일까지 누적 관중 76만6천954명을 기록했다.
롯데자이언츠 관계자는 "특히 올해 높아진 성적과 더불어 굿즈가 잘 팔리고 있다"며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20~30%, 2023년과 비교해서는 200% 이상 매출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부산은행이 출시한 롯데자이언츠 승리 기원 예·적금도 지난 4월 조기에 마감됐다.
티켓예매 대란이 벌어질 정도로 야구팬들의 높은 관심이 쏠리면서 최악의 불경기를 경험하고 있던 주변 상권에도 덩달아 숨통이 트였다.
KB국민카드가 올해 전국 9개 야구장 주변 상권 주요 업종 매출을 분석한 결과 사직야구장 주변 상권은 3년 전과 비교해 20%가량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직야구장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손모(42) 씨는 "지난해까지 임대료에 비해 매출이 너무 안 나와서 가게를 접을까 심각하게 고민했었는데 올해 다행히 롯데 성적이 좋아 장사를 계속하고 있다"며 "특히 팀이 이기는 날에 매출이 높은데 올해 이 분위기가 가을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 박창우(52) 씨는 "야구장에서 먹고 끝내는 경우가 많아 경기가 끝나고 술을 마시러 오는 손님이 과거만큼은 없지만 롯데 경기가 이기는 날이면 맥주가 잘 팔리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라며 "야구장 주변 상인들은 롯데가 살면 우리도 산다는 마음으로 구단을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handbrother@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6월25일 13시50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