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는 ‘희귀한 광물(rare earth)’이라는 뜻이다. 지구상에 비교적 풍부하게 존재하는 원소이지만, 추출하고 분리하는 게 어려워 ‘희토’라는 이름이 붙었다. 1749년 핀란드 화학자 요한 가돌린은 스웨덴 위테르비 마을에서 채취한 광물 가돌리나이트에서 처음으로 희토류인 이트륨을 분리해냈다. 그 이후 세륨, 란타넘, 디스프로슘 등 17종의 희토류 원소가 발견됐다.
지구상에 희토류는 언제부터 존재했을까? 이는 별의 죽음과 관계가 있다. 무거운 별은 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중심핵의 급격한 붕괴로 폭발해 태양보다 100억 배 밝은 초신성이 된다. 이를 ‘초신성 폭발’이라고 한다. 이때 희토류 원소를 포함해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진다. 이후 이 별은 생명력을 잃고 중심핵은 급격히 수축해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 된다.
별의 죽음은 우리에게 필요한 원소들을 우주에 뿌리는 과정이다. 희토류를 포함한 원소들은 우주먼지와 가스 속에 섞여 있다가 응축돼 46억 년 전 태양계와 지구가 만들어질 때 지구에 도착했다.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라는 말은 이런 과학적 현상에서 비롯된 표현이다.희토류는 대부분 광물 속에 여러 원소와 복잡하게 섞여 있다. 그래서 분리하려면 반복적인 화학처리가 필요하다. 희토류 자체는 독성물질이 아니지만, 분리할 때 고온의 염산이나 황산을 사용하기 때문에 산성물질의 폐수와 중금속이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킨다. 더한 문제는 희토류 광석에 우라늄이나 토륨 같은 천연 방사성물질이 섞여 있어 정제 과정에서 방사성 폐기물이 배출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런데도 희토류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희토류가 없다면 지구의 성장은 멈출 수 있다. 지극히 적은 양이지만, 특이한 전자구조 때문에 물리적 성질을 변화시키는 핵심적 역할을 한다. 희토류는 강력한 자석, 형광물질, 촉매 등 전기차, 스마트폰, 반도체, 국방 분야에 사용되는 핵심 물질이다. 이 중요한 자원이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는 게 국제사회의 우려 지점이다. 현재 중국이 세계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실험실에선 순도 99.999%의 이트륨을 사용한다. 일반 산업용으로 쓰이는 이트륨은 순도 99%를 사용한다. 두 순도의 차이는 비용 면에서도 차이가 크지만, 질적으로도 완전히 다른 가치를 만들어낸다. 정밀 전자 소재로는 99.999%를 써야만 한다. 순도 99%에서 99.999%짜리를 만들려면 힘든 공정을 거쳐야 한다. 과학실험용 희토류의 가격이 비싼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우주의 먼지로부터 날아온 미량의 원소가 기술의 미래를 좌우하는 시대다.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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