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근로소득세를 쟁점으로 만드는 과정이 속도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7일 임광현 의원이 기획재정부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근소세 수입이 법인세 수입에 육박한다는 보도자료를 낸 게 시발점이다. 다음날 이재명 대표가 소셜미디어에 “초부자들엔 감세를 해주면서 월급쟁이들에겐 사실상 증세를 해온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19일 아침 진성준 정책위원회 의장이 맞장구를 치자 그날 저녁 이 대표는 한 방송에 출연해 “월급쟁이는 봉인가”라고 했다. 20일엔 안도걸 의원이 국세청 통계를 바탕으로 지난해 근소세 수입(64조2000억원)이 법인세 수입(62조5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란 자료를 냈다. 그러자 이 대표가 끝장 토론을 제안했고, 민주당은 서둘러 개편안을 만들고 있다.
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 상속세에 이어 근소세 개편을 논의하자고 나선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근소세는 그간 지나치게 빠르게 증가한 게 사실이다. 2005년부터 2023년까지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41% 늘었지만 같은 기간 근소세는 468%나 증가했다. 물가 상승에 따른 ‘소리 없는 증세’에다 문재인 정부 시절 최고세율을 40%에서 45%로 높인 영향도 있다. 단순히 물가 연동 방안만 찾을 게 아니라 세율과 과표 자체를 조정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근소세 문제를 제기하며 법인세와 비교한 것은 생뚱맞고 황당하다. 법인세 수입이 근소세 수입보다 많아야 한다는 원칙 같은 건 경제학 교과서에 없다. 게다가 두 세금은 성격이 워낙 달라 특정 기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경기 탄력성만 봐도 그렇다. 법인세는 탄력적이고 근소세는 비탄력적이다. 법인세 세수가 2022년 대비 2024년 40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은 경기 악화로 그만큼 기업 이익이 줄어서다. 상장기업만 보더라도 영업이익이 2021년 183조원에서 2023년 123조원으로 줄었다. 반면 연공급제인 근로자 급여는 위기 때가 아니면 줄어들지 않는다. 최근 20년간 법인세 세수가 줄어든 해는 일곱 번이지만 근소세가 줄어든 해는 한 번에 그친 이유다.
직장인 급여와 기업 실적이 항상 비슷한 속도로 가는 것도 아니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상장사의 인건비는 43.3% 늘었지만 매출은 12.5%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최근 근소세가 법인세보다 더 빨리 증가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근소세 논의에 법인세를 끌어들인 것은 견강부회(牽强附會)에 다름 아니다. 경제 관료 출신 의원들이 이를 모를 리 없지만 ‘부자 vs 서민’ 프레임을 굳히기 위해 총대를 멘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 부자고 근로자는 서민이란 근거 없는 도식을 만들고, 이 대표와 민주당은 서민 편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차원이다.
민주당이 왜곡된 틀에서 논의를 전개하다 보니 주장도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 당장 ‘부자 감세의 정상화’라는 말로 법인세 인상 주장이 나오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각국이 경제성장을 위해 법인세를 낮추는 것과 반대로 가자고 한다. 한국 법인세율은 26.4%(지방세 포함)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3.6%를 크게 웃돈다. 근로자 중에서도 과세표준 1억원 이하 근로자는 세 부담을 낮추고 30억원 이상엔 증세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지금도 근로자 중 33%는 세금을 아예 안 내고 소득 상위 10%가 근소세의 70% 이상을 내는데도 말이다.
세제를 바꾸면 경제 파급 효과가 엄청나다. 현상과 문제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으면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 될 수도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한 첫걸음은 표를 의식한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