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뜬다"…BTS 이후 처음으로 '이례적'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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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뜬다"…BTS 이후 처음으로 '이례적' 현상

세계를 주름잡는 3인조 걸그룹 헌트릭스, 공연을 앞두고 이들이 먹는 건 라면과 김밥이다. 컨디션이 나쁠 땐 한의원에서 한약을 받는다. 악령 퇴치를 겸하는 이들은 한옥 지붕, 남산 서울타워, 낙산공원 성곽길을 누빈다. 신예 보이그룹인 사자보이즈를 부를 땐 한국어로 ‘후배’라고 한다. 넷플릭스 영화 인기 차트에서 8일(현지시간) 미국 시장 기준 1위에 오른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내용이다.

헌트릭스가 후배 보이그룹과 함께 세계 음악시장을 휩쓸었다. 이들이 부른 ‘케이팝 데몬 헌터스’ 삽입곡 7개가 ‘빌보드 핫100’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 최고 권위의 이 음원 차트에 7곡이 동시에 들어간 K팝 아티스트는 2020년 방탄소년단(BTS) 이후 처음이다. 음원 스트리밍시장 점유율 세계 1위인 스포티파이에서도 이 애니메이션에 쓰인 K팝이 1위(미국 기준)에 올랐다. 국내 대형 기획사의 일부 그룹에 국한됐던 K팝의 세계 시장 저변이 탄탄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K팝 애니 인기몰이, 이제 시작

"무조건 뜬다"…BTS 이후 처음으로 '이례적' 현상

이날 빌보드는 6월 27일~7월 3일을 기준으로 하는 7월 둘째주 음원 차트인 ‘핫100’을 공개했다. 이 차트엔 ‘골든’(23위), ‘유어 아이돌’(31위), ‘하우 이츠 던’(42위) 등 ‘케이팝 데몬 헌터스’ 7곡이 진입했다. 핫100은 음원 스트리밍·다운로드 횟수뿐 아니라 미국 라디오 방송 횟수도 반영해 미국 음악시장 트렌드를 보여주는 지표로 첫손에 꼽힌다. 공연 기획사의 홍보가 없어 라디오 방송이 어려운 OST 앨범으로선 이례적인 성과다.

다른 차트를 보면 더 압도적이다. 앨범 판매량을 집계하는 주간 차트인 ‘빌보드 200’에선 3위를 차지했다. 스포티파이에선 지난 7일 미국 시장 기준 ‘유어 아이돌’이 1위, ‘골든’이 2위에 올랐다. ‘유어 아이돌’은 사자보이즈가, ‘골든’은 헌트릭스가 부른 노래다. 스포티파이의 세계 음원 스트리밍시장 점유율은 2023년 기준 35%에 달한다. 주목할 건 상승세다. 음원 차트 예측 사이트인 토크오브더차트는 ‘골든’이 다음주 핫100에서 9계단 뛴 14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삽입곡 '골든'을 작사, 작곡하고 직접 노래한 작곡가 김은재. 사진=AFP연합뉴스

삽입곡 '골든'을 작사, 작곡하고 직접 노래한 작곡가 김은재. 사진=AFP연합뉴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지난달 20일 넷플릭스가 공개한 99분 길이 애니메이션이다. 한국계 미국인 감독 매기 강이 유년시절 본 K팝 가수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걸그룹과 보이그룹이 대립하는 구도를 그려냈다. 주인공이자 헌트릭스의 메인 보컬 루미가 부른 노래는 SM엔터테인먼트에서 연습생 활동을 한 작곡가 김은재가 맡았다. 연예기획사 더블랙레이블의 총괄 프로듀서 테디,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도 참여해 작곡 완성도를 높였다.

◇K팝 2라운드…해외 자본이 먼저 찾는다

눈여겨볼 부분은 콘텐츠 이면의 제작 구도다. 통상 K팝 콘텐츠는 국내 대형 기획사가 판을 짜는 사례가 많았다. 해외 진출의 위험성을 떠안는 것도 투자를 감행하는 이들 업체의 몫이었다. 이에 비해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소니의 증손회사인 소니픽처스애니메이션이 제작했다. 일본 자본을 둔 미국 할리우드 기업이다. 이 업체가 K팝 소재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로 한 건 2021년. BTS가 빌보드를 수놓았을 때다. “해외 시장이 먼저 돈이 될 만한 K팝 콘텐츠를 찾는다”는 이야기가 음원업계에서 공공연히 나오는 이유다.

해외 업체가 가담한 K팝 콘텐츠는 이뿐만이 아니다. 영국 스튜디오인 이매지네리엄프로덕션은 국내 업체와 함께 K팝을 소재로 한 첩보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CJ ENM도 애플TV플러스의 제안을 받아 K팝 경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하이브가 해외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걸그룹 캣츠아이는 미국 음반 레이블 게펜레코드와 협업한 결과물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K팝 콘텐츠가 국내 기업 주도로 제작되는 국면은 이미 끝났다”며 “K팝 팬층이 세계적으로 확장되면서 헐리우드에서도 한국 문화를 최신 트렌드로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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