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톡스] "0 하나는 더 붙여"…코스피 7,000 열정과 냉정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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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선임기자 = 투자회사를 운영하는 주식 고수 A씨는 최근 증시 호황에 수십억 원씩 벌고 있냐고 떠보자 "여의도에서 하루에도 수백억 원씩 버는 친구들(투자회사 운영)이 한둘이 아닙니다, 이 정도는 돼야 방귀 좀 뀐다는 소리 듣습니다"라고 했다. 단위가 달랐다. '0' 하나는 더 붙어야 그나마 술자리에서 돈 좀 벌었다는 대열에 낄 수 있다고 그는 귀띔했다.

이미지 확대 국내 증시 시가총액 사상 첫 6천조원 돌파…코스피 6,600선 넘어

국내 증시 시가총액 사상 첫 6천조원 돌파…코스피 6,600선 넘어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코스피는 수십년간 '천수답(天水畓) 장세',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라는 말이 따라다닐 정도로 변동성이 크고 불안한 장세를 연출했다. 천수답이 붙여진 것은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마음이 하늘에서 비 좀 내려주십사 기도하는 농사꾼의 심정과도 같다는 의미에서다. 한국 증시는 미국에서 테러(2001년 9.11 사태)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2008∼2009년)가 불거질 때마다 여지없이 출렁거렸다.

코스피 5,000 돌파도 대통령 후보마다 내세운 단골 공약이었지만, 증권가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구호 정도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짙었다.

코스피는 작년 10월 4,000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 1월 5,000을 넘었다. 한 달 새 6,000을 넘어 7,000까지 바라보고 있어 직전 대비 두 배를 웃돈다. 작년 한 해 상승률은 75.9%에 이르고, 올해 들어 57.6% 상승해 주요국 중 가장 많이 올랐다.

한국 상장기업들의 시가총액이 올해 들어 45% 이상 증가한 4조400억달러로 영국보다 많아져 전 세계 8위에 올랐다는 보도도 나왔다. 2024년 말 영국 증시 규모가 한국의 두 배였던 것이 2년도 안 돼 뒤바뀐 것이다.

초강세장은 이번 정부 출범 후 펼쳐졌다. 정부는 시중 자금이 부동산에 갇히지 않고 증시로 흘러들게 하기 위해 강한 부양 의지를 드러냈다. 때마침 반도체와 인공지능(AI) 혁신 기대감이 확산해 투자심리를 돌려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반도체, 자동차, 방산, 조선 등의 기업들이 견고한 성장 사이클을 이어갔고,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주주환원 강화에 나서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할인) 해소 기대감도 커졌다. 미국 증시로 몰려간 서학개미(미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들도 국내 증시로 복귀했다.

이미지 확대 국내 증시 시가총액 사상 첫 6천조원 돌파

국내 증시 시가총액 사상 첫 6천조원 돌파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산이 높으면 골도 깊게 마련이다. 멀리서 보면 화려한 잔칫집에 걱정 근심이 없어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과열 위험도 감지된다.

코스피 6,000 돌파는 한국 증시 역사상 가장 빠른 상승 기록으로, 불과 1개월 만에 1,000포인트를 뛰었다. 오를 때 가파르게 올랐으니 내려갈 때도 가파른 길을 갈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상승분의 50%를 견인할 정도로 쏠림현상도 심하다. 두 기업 주가가 오르면 십중팔구 코스피도 상승한다. 뒤집어 말하면, 두 기업에 악재가 생기면 코스피도 하락한다는 말이다. 쏠림 현상이 심하다는 건 소문난 잔치에 소외된 기업들이 훨씬 많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개인투자자들의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34조원으로 사상 최대로 늘어난 점도 위험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는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빌린 뒤 갚지 않은 자금이다. 주가가 급락하면 반대매매 위험이 커져 뒤늦게 '빚 투자'에 나선 개인들이 손실을 볼 수 있다.

이미지 확대 [그래픽] 코스피·국내 증시 시가총액 추이

[그래픽] 코스피·국내 증시 시가총액 추이

(서울=연합뉴스) 원형민 기자

최근 강세장은 동여의도 증권가에 넘쳐나는 '매미투자자'(펀드매니저 출신 전업투자자)나 기관투자가뿐 아니라 개미(개인투자자)들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쏠림과 빚투 등 과열 위험 관리도 중요해졌다. 막연한 기대감보다 실적을 점검하고 분산 투자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일정 정도의 현금을 보유하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축제 분위기일수록 리스크(위험) 관리가 최우선이다. 냉정한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indig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4월29일 09시27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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