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매출액과 출하량이 늘어난 데다 평균판매가격(ASP)도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성장세를 보이고 애플이 선방한 가운데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덩치를 키웠다.
6일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마켓 모니터 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매출은 전년보다 5% 증가했다. 2년간 이어졌던 감소세를 털어낸 것이다.
ASP는 연간 기준으로 356달러(약 51만원)를 기록했다. 출하량도 4% 늘면서 2년 만에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거시경제 상황과 소비심리가 개선된 영향과 5G 도입, 카메라 성능 향상, 프로세서 개선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실피 자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책임연구원은 "매출액 증가가 출하량 성장을 앞지르고 있다. 제조업체들이 프리미엄 부문에 집중하고 높은 가격대 기기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증가하면서 ASP가 새로운 기록을 경신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스마트폰 출하량이 한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ASP와 매출액은 출하량 성장을 계속 앞지를 것"이라며 "저비용 5G와 저가 기기로 생성형 AI가 확산되는 것 또한 올해 주목해야 할 핵심 트렌드"라고 내다봤다.
애플은 아이폰 출하량이 전년보다 3% 감소하면서도 매출엔 영향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애플 제품군에서 아이폰 프로 시리즈의 영향력이 확대된 영향이다. 애플의 ASP는 지난해 903달러를 기록했다.
애플은 특히 라틴 아케리카에서 최신 시리즈 현지 출시와 기존 모델 가격 할인으로 전년보다 출하량을 44% 늘렸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출하량이 전년보다 소폭 감소했다. 그러면서도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점유율 1위를 유지했다.
다만 출하량과 관련해선 시장조사기관마다 조사 결과가 엇갈리고 있다. IDC 조사에선 지난달 애플이 연간 출하량 2억3210만대로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카날리스도 애플이 같은 기간 출하량 2억2590만대로 선두를 달렸다고 분석했다.
이들 기관이 집계한 삼성전자의 출하량은 각각 2억2340만대, 2억2290만대로 애플 뒤를 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ASP가 오르면서 매출이 전년보다 2% 증가한 것 성과로 꼽힌다. ASP는 299달러를 나타냈다. 프리미엄 제품군에서 AI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상위 5대 제조업체 중에선 비오가 중국·인도에서 출하량 1위를 기록했다. 이에 매출도 전년보다 20% 증가했다. 전 세계에서 매출이 가장 빠르게 늘고 있는 셈이다.
가장 빠른 출하량 증가 폭을 기록한 곳은 샤오미다. 샤오미는 전년보다 출하량을 16% 늘렸다. 제품군이 간소화됐고 합리적 가격으로 5G 기기를 출시한 결과다. 라틴 아메리카, 중동, 아프리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장한 성과도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자동차 부문 진출이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도움이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전반적인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더딘 성장과 함께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성숙의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향후 몇 년 동안은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남아 있다"며 "중동,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인도, 동남아시아와 같은 신흥 시장들은 스마트폰 시장의 주요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