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7일 첫 공개⋯울다 웃다 요망지네
아이유x박보검이 완성한 사랑 "헌사이자 응원가"
버릴 캐릭터 없다, 빈틈없는 배우들의 연기⋯마음 울리는 서사 '완벽'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아주 요망진(제주도 사투리/똑똑한, 야무진) 드라마가 나타났다. 4회만 공개됐지만 이미 '인생 드라마' 예약이다. "치열하게 살아오신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세대에 대한 헌사이자, 앞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딸, 아들 세대에 대한 응원가와 같은 드라마"라는 김원석 감독의 말처럼 전 세대를 아우르며 울고 웃게 만든다. 찬란하게 빛나는 봄처럼,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그 어떤 찬사도 아깝지 않은, '폭싹 속았수다'다.
지난 7일 전 세계에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연출 김원석, 극본 임상춘)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아이유 분)과 '팔불출 무쇠' 관식(박보검 분)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넷플릭스 시리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4막으로 4주 동안 공개한다.
![배우 박보검, 아이유가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d65ec47b994652.jpg)
1회부터 4회까지엔 애순과 관식이 어린 시절 처음 만나 부부가 되고 부모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촘촘하게 담겼다. 1960년 제주에는 해녀 딸 애순이와 생선장수 아들 관식이가 있었다. 애순은 연두부 같은 속을 지키려고 겉으론 만사 새침하려 애를 썼고, 관식은 껍데기야 순해도 안이 무쇠였다. 애순이 몸도 맘도 관식이가 키웠다. 십 년 내내 자기네 집 생선 훔쳐다 애순이 먹인 것도 관식, 교복 입고 양배추 파는 게 창피해 "양배추 달아요…." 한마디를 못 하는 문학소녀의 자존심을 지킨 것도 관식이다.
고달픈 더부살이, 학교에서도 공짜 우유는 도맡아 가져가야 하는 애순이가 동네 최고 새침데기로 유유히 자랄 수 있던 건 관식이 덕이었다. 여러모로 허기지던 시절, 서로의 속을 키운 첫사랑이다. 딸은 절대 해녀 시키지 않겠다는 엄마 전광례(염혜란 분)는 시인이 되고자 하는 딸을 위해 모진 일도 마다하지 않고 억척같이 살아간다. 그래서 애순은 꼭 육지로 가 대학을 다닐 것이며 섬놈과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관식의 마음을 서럽게 만든다.
그럼에도 관식은 늘 애순의 옆을 지킨다. 애순이 혹여 자기를 봐줄까 봐 미련하게 운동장 100바퀴를 뛰고, 노스탤지어를 몰라 유치환의 '깃발'을 통째로 외워버린다. 아무리 애순이 악을 쓰고 자신을 밀어내도 우직하게 그 자리에 있는 무쇠이자 최고의 순정남이 바로 관식이다. 인생의 10할인 애순이를 다시 만나기 위해 배에서 뛰어내려 바다를 헤엄쳐온 관식은 결국 애순과 결혼했고, 딸 금명의 아빠가 됐다.


"시대가 빌런"이라는 말처럼, 그 시절 애순은 참 아프게 자랐다. 같이 야반도주를 해도 여자만 퇴학당하는, 남녀차별이 심했던 그 당시 애순에겐 늘 모질고 날이 선 말이 날아왔다. 그래서 울기도 참 많이 울었던 애순은 자신의 딸 금명만큼은 아궁이 앞에 있지 않고 자전거를 탈 수 있길 바랐다. 그리고 가족을 위해 험한 일을 하는 관식을 지키고자 기꺼이 호루라기가 됐다.
대단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모두가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엄마의 사랑은 그 어떤 슈퍼히어로가 와도 이길 수 없을 정도로 위대했고, 애순만 바라보는 관식의 순애보 역시 엄청난 힘을 가졌다. 가난하고 힘들지만, 결국 사랑으로 서로를 감싸 안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애순과 관식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강했다. 엄마의 사랑을 토양 삼아, 관식의 사랑을 햇빛 삼아 무럭무럭 자라난 애순이기에 앞으로 펼쳐질 파란만장한 인생사가 더욱 기다려진다.
'동백꽃 필 무렵'으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임상춘 작가는 이번 '폭싹 속았수다'로 다시 한번 자신의 이름값을 입증했다. 1960년대부터 2025년까지, 무려 65년의 역사를 담아낸 작품이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누구 하나 허투루 쓰이지 않는다. 저마다 개성을 발산하고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여기에 시대상을 반영한 설정부터 가슴을 후벼 파는 대사까지, 모든 장면이 반짝반짝 빛난다. 누구나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을 건드려 눈물짓게 하면서도 특유의 위트가 살아있다. 그래서 울다가도 웃고, 웃다가도 울게 되는 '폭싹 속았수다'다.
캐스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는 김원석 감독의 말이 바로 이해가 될 정도로, 배우들의 연기 합도 굉장히 좋다. 어쩜 이렇게 연기 잘하는 배우들만 모아 놓을 수 있나 싶어 감탄만 나온다. 애순과 금명 역을 맡아 1인 2역에 도전한 아이유는 한층 더 성숙해진 연기로 작품의 중심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박보검은 순박한 매력이 돋보이는 관식을 제 옷 입은 듯 연기해 몰입도를 높였다. 중년 애순과 관식 역 문소리와 박해준은 아직 분량이 많지 않지만, 등장할 때마다 현실감을 더하며 애틋함을 느끼게 한다.


극 초반 등장해 막강한 존재감을 뽐낸 염혜란, 오정세를 비롯해 김용림, 나문희, 오민애, 최대훈, 장혜진, 차미경, 이수미, 백지원, 정해균, 엄지원, 서혜원 등 등장하는 모든 배우가 빈틈없는 연기로 극을 꽉 채웠다. 향후 이준영, 김선호 등 더 많은 배우가 출연할 예정이라 기대를 모은다.
시대적 배경을 반영한 공간과 의상, 디테일이 살아있는 소품에도 심혈을 기울였으며, 마음까지 울리는 OST도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한층 더 끌어올린다. 아직 4회까지만 공개됐지만, 앞으로의 이야기엔 또 얼마나 많은 감동과 재미, 눈물이 담길지 '폭싹 속았수다'를 기다리는 내내 설렘이 가득할 듯하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포토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