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의 톱밥 먹는 중입니다] [30]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는 항변

2 weeks ago 9

영화 ‘오디세이’를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참 재미있었다. 주인공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오는 기나긴 여정은 무척 험난하다. 그래서인지 오디세우스는 영화 내내 울상이다. 또한 그는 줄곧 참회하는 듯 보였다. 오디세우스는 스스로 어떤 믿음을 배신했다고 고백한다. 바로 ‘크세니아(xenia)’다. 낯선 이를 기꺼이 손님으로 맞고, 먹을 것과 잠자리를 내어주던 ‘환대의 규범’을 뜻한다. 그는 트로이 목마를 만들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이었다. 트로이인들은 적이 남기고 간 목마를 선물로 믿고 성 안으로 들였다. 오디세우스는 그 믿음을 이용해 난공불락의 성문을 열었다. 승리를 가져다준 기막힌 계략은, 낯선 이의 호의를 의심하게 만드는 배신이 되었다.

영화의 해석은 관객의 몫이라 했다. 나는 그리스가 잃어버린 환대의 규범이 아니라, 오디세우스가 잃지 않은 ‘참회’가 좋다. 우리의 법은 너무나 최소한이다. 하여 우리는 배려, 예의, 염치 같은 어휘를 빌려 무언가를 약속했다. ‘헤아림’이다. 서로의 마음을 헤아린다. 각자의 사정을 헤아린다. 나와 다른 사람을, 나와 다른 견해를 환대하지는 못하더라도 배척하지 않으려는 그런 헤아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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