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세븐’ 김민선(23)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66개 대회 출전 만에 생애 첫 승을 거뒀다. 올해 신설된 덕신EPC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에서 우승하며 ‘초대 챔피언’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김민선은 27일 충북 충주 킹스데일GC(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1개로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를 기록한 그는 2위 임진영(22)을 5타 차로 제치고 완승을 거뒀다. 우승상금 1억8000만원에 주최 측의 특별 보너스 1억8000만원까지 3억6000만원의 ‘대박’을 터트렸다.
◇177㎝ KLPGA 투어 최고 장신
KLPGA 투어 데뷔 3년차인 김민선의 이름 뒤에는 ‘7’이 따라다닌다. 그는 KLPGA 투어 동명이인 등록명 규정에 따라 김민선5(이후 김시원으로 개명)에 이어 여섯 번째로 등록한 ‘김민선’이다. 그런데 6 대신 7을 선택했다. 행운을 뜻하는 ‘럭키세븐’ 그리고 그가 롤모델로 꼽는 ‘이정은6’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6을 피했다. ‘핫식스’로 불릴 정도로 6은 이정은의 또 다른 상징인 만큼 6을 선배에게 양보하겠다는 뜻이었다.
현재 KLPGA 투어에서 가장 장신인 177㎝의 키로 선보이는 시원시원한 플레이가 장점인 그는 데뷔 때부터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우승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정규투어에서 거둔 가장 좋은 성적은 2023년 두산건설위브챔피언십 준우승이었다. 2023년 상금랭킹 38위, 작년에는 31위로 안정적으로 시드는 확보했지만 이렇다 할 강한 인상은 남기지 못했다.
지난해 이벤트대회 위믹스챔피언십 우승은 김민선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정규투어 대회는 아니지만 조금씩 잊히던 그의 이름을 골프 팬들에게 알린 기회였다.
◇쇼트게임 단련으로 위기관리 능력↑
올 시즌 다섯 번째 출전인 이번 대회에서 김민선은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강풍으로 선수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진 2라운드에서 5언더파를 몰아치며 단숨에 1위로 올라선 그는 내내 선두를 지키며 우승에 한 발 한 발 다가섰다.
이날 최종 라운드에 4타 차 선두로 나선 김민선은 내내 흔들림 없는 경기로 경쟁자들에게 추격 여지를 주지 않았다. 그린을 놓치는 위기의 순간에도 버디나 파로 상황을 살려냈다. 그는 “지난겨울 쇼트 게임을 보완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는데 작년에 비해 정신력과 코스 매니지먼트가 탄탄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12번홀(파4)에서 스리퍼트로 보기를 기록하며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워낙 점수 차가 커 우승가도에는 지장을 주지 못했다. 17번홀(파4)에서도 그린을 놓쳤지만 파 세이브로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함께 챔피언 조에서 경기한 임진영은 마지막 18번 홀(파5) 버디에 힘입어 단독 2위로 마치며 정규 투어 데뷔 이후 최고 성적을 거뒀다.
김민선은 “사흘 동안 잘한 나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믿어지지 않는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첫승을 했으니 (목표이던) 3승까지 달성하는 것이 1차 목표”라며 “열심히 하고 안주하지 않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첫승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메이저 우승까지 노리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김민선은 “다음주 KLPGA챔피언십을 앞두고 흐름도 좋고 준비도 잘해온 만큼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