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냉전 이후 어렵게 되찾은 강대국 지위를 잃고 있는 것일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악재가 계속 쌓이고 있다. 러시아 쇠퇴라는 문제가 세계 지정학에 미칠 파장이 점점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최근 몇 주는 러시아 지도자에게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은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다. 약하고 무능한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러시아가 전쟁에서 이기고 있다는 말을 들어온 러시아인의 일상이 흔들렸다. 전장에서는 러시아군 사상자도 계속 불어나고 있다. 이미 줄고 있는 러시아 인구를 더 빠르게 소모하고 있다.
악재가 계속 터지는 러시아
전선에서 들려오는 소식만으로도 크렘린에는 충분히 나쁜 상황이다. 큰 그림을 보면 상황은 더 나쁘다. 군사적 관점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흑해 주변에서 러시아 영향력이 줄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2년 러시아군은 경제적으로나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항구도시 오데사를 장악하는 데 실패했다. 상황은 악화했다. 우크라이나는 강력한 해군이 없다. 그런데도 미사일과 해상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함대를 크림반도에서 밀어냈다. 러시아는 예카테리나 대제가 통치하던 18세기 이후 흑해를 지배해왔다. 흑해 지역 지배는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민족주의 지지자들을 움직이는 제국적 비전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러시아의 힘은 크게 약해졌다. 옛 소련 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도 줄어들고 있다. 미국, 중국, 튀르키예는 이 지역에서 경제 연결망은 물론 군사 연결망까지 넓혀가고 있다.
러시아의 에너지 문제는 최근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생긴 연료 부족보다 심각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동 위기가 에너지 가격을 끌어올리며 푸틴 대통령에게 구명줄을 던져주는 듯했다. 그러나 그 위기는 완화됐다. 이란산 원유가 세계 시장에 다시 풀리면 러시아는 석유 수출이 급감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 및 기타 에너지 시설 공격은 러시아의 수출 능력도 제한했다.
중견국으로 추락?
물론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가 벌써 끝났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러시아 과학자들이 우크라이나의 기술적 우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방법을 찾아낼 수도 있다. 러시아 통치자는 군사 전략가로서 그리 뛰어난 인물이었던 적은 없지만, 뜻밖의 외교적 승리를 한 적이 있다.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 사이버전 능력, 하이브리드전 능력, 정보전 능력 같은 자산을 활용해 다시 모스크바에 유리하게 균형을 돌려놓을 방법을 찾고 있다.
그러나 역사의 중력 법칙은 결국 작동한다. 러시아 인구는 줄고 있다. 러시아 기술 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냉전 종식 이후 러시아 경제는 실패를 거듭해왔다. 동쪽에서는 중국이 부상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우크라이나에 이르기까지 옛 소련 지역에서는 민족주의 힘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러시아의 입지를 약화하고 있다.
러시아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중견국으로 내려앉을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러시아가 이웃 국가를 크게 위협할 수 없는 세계는 지금과 전혀 다를 것이다. 유럽 재무장의 동력은 사라질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를 초강대국으로 되살리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의 후계자들은 훨씬 덜 야심적인 목표에 만족해야 할지도 모른다.
원제 ‘The Russian Reckoning’

1 day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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