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의 미래 패권 전쟁에 대응해 대한민국은 인공지능(AI) 인프라와 데이터, 인재에서 과거와 다른 혁신적 지원 전략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강도현 제2차관은 6일 서울 중구 국가AI위원회 회의실에서 국내 AI산업의 경쟁력을 진단하고 점검하기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국내 AI 연구개발(R&D) 기획을 담당하는 정혜동 정보통신기획평가원 PM은 이날 발제에서 중국 '딥시크'의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글로벌 AI 시장의 전망을 3가지로 정리했다.
정 PM에 따르면 AI 시장은 △소프트웨어(SW) 알고리즘 혁신 시도 가속화 △오픈소스 모델로의 전환 △AI칩에 대한 수요도 여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적은 비용으로 첨단 AI와 유사한 성능을 개발한 딥시크의 등장은 또다른 시도를 촉발할 것으로 예상됐다. 아울러 AI 모델에 대한 문화, 국가적 종속 우려는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독자 AI 모델 개발 노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구현되는 AI 격차는 여전히 존재하며, AI가 인간과 비슷한 지능(일반인공지능·AGI) 개발 수요는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이다.
이날 주요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하는 기업의 수장, 최고개발책임자(CTO) 등은 우리나라가 충분한 경쟁력을 보유했다는 점에서 공감했다. 현장에는 LG, SK텔레콤, KT, 네이버, 카카오 등의 AI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지난해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H100을 가지고 4개월 동안 경량화된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었고, 딥시크와 같은 전문가혼합모델(MoE)같은 구조로 LG 전 계열사에 공급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투입된 비용은 약 70억원이며 이 자리에서 처음 공개한다고 밝혔다.
딥시크가 V3 모델 학습에 투입했다고 하는 600만달러(약 78억원)보다 적은 액수이다.
배 원장은 “작년 12월에 공개하고 지금 전 직원이 사용하고 있다”며 “그룹 차원을 넘어 글로벌로 알렸으면 좋았을 뻔 했다”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산업계에선 국가적 차원의 역량을 결집하는 '추격조'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적극 공감했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딥시크는 물론이고 큐엔(QWEN, 알리바바의 AI모델)을 만들 수 있는 기업이 중국에 100개는 더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심지어 1년 전 비슷한 수준의 기업도 지금은 더 앞서 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격차가 벌어지는 주요 원인이 데이터, 인프라, 인재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과거 네이버에 있을 때도 네이버 내부의 데이터조차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웠고, 이것은 카카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중국은 이러한 데이터 규제에 자유로운 점을 경쟁 우위로 제시했다.
김 대표는 데이터, 인프라 이외에도 인재 중요성도 강조했다. 오픈AI의 최신 추론모델 개발에 한국인 개발자가 참여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해외로 유출된 고급 인재를 국내로 다시 불러들일 수 있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최고급 인재 몸값이 20억원이라는데 국내 10배 수준”이라며 “(추격조 기업에 한해) 연봉의 절반을 정부가 지원해주면 나머지는 기업이 부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AI 인프라 SW 등의 중장기 생태계 역량 강화를 요청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조강원 모레 대표는 “딥시크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응해 비교적 낮은 성능의 반도체 칩을 가지고 고효율의 추론 모델을 만들어내는 성공사례를 제시했다”며 “엔비디아 GPU와 '쿠다'의 대안이 될 수 있는 다양한 AI 인프라 SW 개발에 투자한다면 보다 효율적으로 AI 모델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특히 인도에서는 정부 차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면서 다양한 AI 반도체 메이커의 참여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준희 초거대AI추진협의회장(한국SW산업협회장)은 “우리나라 생태계에서 쿠다와 같은 부분이 부족한데, 이에 대한 정부의 선별적 생태계 육성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조 회장은 “스마트폰 시대에선 우리가 운용체계(OS)를 놓쳐도 그 위에 올라가는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이나 응용 서비스 등은 선보였다”며 “그러나 LLM은 마치 주권과 같은 것이라 이번에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 올 AGI, 로보틱스와 같은 모든 시장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당부했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차관은 “(오픈AI의) 챗GPT가 공개되고 LLM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한국과 (주요국의) 기술격차가 벌어지는 느낌”이라며 “정부도 재무장을 하고 다시 뛰어야 하고, AI 인프라와 인재에 다시 살필테니 기업에서도 투자 등에서도 긍정적 호응을 바란다”고 말했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