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 X IT동아] 동국대학교는 2022년부터 서울시 캠퍼스타운 사업에 참여, 서북도심권 창업 생태계를 만들었습니다. 딥테크와 문화 콘텐츠 스타트업을 지원해 2년 연속 창업육성 우수 사례로 선정됐고, 2024년 서울시 캠퍼스타운 성과평과 A+ 등급을 받았습니다. IT동아는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과 함께 발전하는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금융과 투자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만큼 투자를 활용한 자산 형성의 기회가 다양해졌다. 문제는 다양한 투자 환경에 대한 금융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방부가 2025년부터 군장병을 대상으로 경제 교육을 의무화하고 교육부가 2026년도 고등학교 2학년 과정에 금융과 경제생활 과목을 신설한 것이 전부다. 교과에 금융교육을 통합해 운영하는 영국과 일본, 27개 주에서 금융교육을 고등학교 졸업요건으로 의무화한 미국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금융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채 사회에 나온 사람들 대부분은 운에 의지하며 투자를 진행한다.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보험 상품 가입에도 소극적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데 헛돈만 쓴다는 인식 때문이다. 에듀 핀테크 스타트업 키라앤컴퍼니는 제한적인 국내 금융 교육의 혁신을 위한 서비스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혁 키라앤컴퍼니 대표 / 출처=IT동아
키라앤컴퍼니는 금융 교육부터 관리까지 아우르는 '머니케어 설루션(Moneycare Solution)'을 꿈꾼다. 금융 지식이 부족해 금융 활동에 쉬이 나서지 못하는 금융 초보자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다.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연결하고 쉽게 금융 거래가 가능한 점에 초점을 둔 핀테크 기업들과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다. 왜 금융 초보자를 위한 서비스를 개발하게 되었을까? 그 이유를 듣기 위해 박혁 키라앤컴퍼니 대표를 만났다.
사회적 약자는 교육만으로 ‘가난의 고리’ 끊을 수 없어
"제 증조모인 고 윤학자 여사는 한국 고아의 어머니로 일제강점기 때부터 고아들을 돌보며 공생복지재단의 기초를 만들었고 제 어머니(정애리 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 원장)는 해외 입양인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레 사회복지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어머니가 추진했던 랭귀지 바운드(Language Bound) 프로젝트에도 참여한 바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단순히 교육만으로 가난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난의 고리를 끊으려면 돈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금융 교육이 꼭 필요합니다. 저소득층과 금융 초보자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창업을 결심했죠.”
박혁 대표는 기본적인 교육도 중요하지만 경제적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금융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키라앤컴퍼니를 창업했다. 창업 계기는 유학생으로서 통역과 번역을 돕기 위해 참여한 랭귀지 바운드 프로젝트였다.
박혁 대표는 랭귀지 바운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키라앤컴퍼니 창업을 꿈꿨다. (이미지는 랭귀지 바운드 여름캠프) / 출처=키라앤컴퍼니
랭귀지 바운드 프로젝트는 해외 입양 후 다시 모국을 찾아왔으나 언어 문제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웠던 해외 입양인과 영어 교육의 기회가 부족한 저소득층 아이들을 이어주는 사업이다. 해외 입양인들이 원어민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하지만 저소득층 아이들 모두가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 속에서 가난의 대물림을 끊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의사가 되려는 이유를 물으면 대부분 돈을 많이 벌기 때문이라고 답하면서도 정작 금융 교육에 대해서는 물질적인 것으로 치부해요. 모든 의사결정의 기저에는 돈이 있는데 누구도 돈을 잘 벌고 관리하는 방법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저는 사회가 경제적 안정이라는 본질을 해결하기 위해 획일화된 입시 교육에만 매달리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박혁 대표는 교육도 중요하지만 ‘돈의 흐름’을 읽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가난의 대물림을 극복하는 열쇠라고 판단했다. 수요와 공급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감각을 기르는 금융 교육이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하는 데 가장 본질적인 역량이라 본 것이다.
금융 초보자에게 올바른 경제 관념을 제공하는 데 올인
박혁 대표는 런던비즈니스스쿨(London Business School) 금융학 석사 학위 취득 및 영국 PwC(PricewaterhouseCoopers)에서 회계사로 근무하며 금융 분야 실무 경험을 쌓았다. 이후 국내 지역아동센터 금융 교육 재능기부 활동을 통해 사업 방향성을 구체화했다. 저학년 아이들은 금융 교육에 흥미를 보였지만 즉각적인 변화를 끌어내기에는 거리가 있었다. 오히려 아이들을 돕던 사회복지사, 대학생 보조교사들이 금융에 대한 인식 변화를 보인 것에 착안했다.
“금융 수업을 어깨너머로 듣던 사회복지사, 대학생 보조교사들이 제 수업을 듣고 자신감을 얻어 주식을 시작했다 또는 디지털 자산 투자를 시작했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때 금융 교육이 가장 시급하고 즉각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상은 오히려 성인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지역아동센터 금융교육 재능기부 수업 중인 박혁 대표 / 출처=키라앤컴퍼니
박혁 대표는 금융 초보자들은 나이로 정의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전문가보다 주식 투자를 잘하는 초등학생이 있는가 하면 평생을 살아온 70대 노인이 홍콩 ELS(주가연계증권) 사태로 큰 손실을 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박혁 대표는 금융 주체성의 부재가 경제적 안정에 제한이 된다고 판단, 폭넓은 연령층을 위한 금융 교육 플랫폼 ‘키라(KIRA)’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았다.
키라는 금융 초보자가 점진적으로 성장해 금융 주체성을 기를 수 있도록 ▲진단과 학습 ▲분석과 최적화 ▲나만의 금융 에이전트로 이어지는 서비스 구축 계획을 세웠다.
키라는 퀴즈와 설문으로 금융 지식을 전달한다. 이후 사용자 금융 상품 진단, 금융 에이전트 등 서비스 확장을 진행할 예정이다 / 출처=IT동아
먼저 키라는 퀴즈와 설문 등으로 금융 지식을 전달한다. 퀴즈와 설문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금융에 대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스스로 깨닫도록 유도한다. 모의 투자 기능을 제공해 실제 시장에 참여하기 전, 자신감을 기를 수 있도록 독려한다. 키라앤컴퍼니는 사용자의 금융 이해도, 투자 성향, 리스크 감수 수준, 재무 목표 등 정량적ㆍ정성적 데이터를 축적한다. 박혁 대표는 이 과정을 “모의고사를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입니다”라고 설명했다.
키라앤컴퍼니는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면 사용자 금융 상품 진단, 인공지능 금융 에이전트(자동화) 등 서비스를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사용자가 보유한 금융 상품(보험, 연금 등)이 자신에게 최적인지 분석하는 것 외에 재무 관리 및 투자 자문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박혁 대표는 “키라의 목표는 프라이빗 뱅크의 대중화입니다. 상위 5% 자산가가 누리는 서비스를 95%의 대중에게 제공,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발생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해소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키라 서비스의 차별점은 다른 서비스와 달리 '에듀 핀테크(Edu-Fintech)' 자체에 초점을 뒀다는 점이다. 일단 금융 서비스들은 금융 상품 판매나 송금 같은 기능이 우선이지만 키라는 교육이 먼저다.
“키라앤컴퍼니의 구성원은 금융 교육에 대해서는 그 어느 팀보다 진심입니다. 키라 앱을 실행하면 첫 화면부터 퀴즈가 나올 정도니까요. 과연 핀테크 서비스가 고객 성향을 파악하려고 할까요? 사용자를 올바른 금융 주체로 안내하고 싶은 게 목표일까요? 키라앤컴퍼니는 고객을 파악하고 올바른 교육과 안내를 통해 경제적 자유를 누리게 만들고 싶습니다. 다른 서비스와 목적 자체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금융 초보자와 함께 성장하는 머니케어 설루션 되고파
키라앤컴퍼니는 2025년 5월에 설립된 스타트업임에도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애플 iOS 앱 출시 1개월 만에 가입자 5000명을 돌파한 게 대표적이다. 국내 시장 70% 이상을 차지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용 앱이 없음에도 이뤄낸 쾌거다. 2030 세대 가입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던 서비스 가입자 중 40대 이상이 25%를 차지한 것도 의외의 수확이다. 금융 교육이 다양한 연령대에 필요하다는 박혁 대표의 생각이 수치로 드러난 것이다. 창업 3개월 만에 교보생명 오픈 이노베이션에 선정된 것도 성과로 꼽힌다. 교보생명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은 키라앤컴퍼니가 개인 맞춤형 금융 상품 분석 및 추천 기능을 실증하며 중장기 목표로 나아가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발씩 성장 중인 키라앤컴퍼니지만 지속 성장을 향한 고민도 적지 않다. 국내 금융 시장 전반에 걸쳐 금융 교육의 필요성을 외치고 있으나 아직 관련 시장이 작은 탓이다. 박혁 대표는 서비스 구독자 확보 외에 금융 교육이 필요한 기관과 협업하는 B2B2C(Business-to-Business-to-Consumer) 사업으로 한계를 극복할 계획이다.
최근 금융 교육 확대를 검토하거나 진행 예정인 국방부와 교육부가 대상이다. 국방부는 2025년부터 장병 대상 재테크 교육 의무화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최전방, 격오지 등 접근성이 낮은 군부대까지 교육의 손길이 닿기 어렵다. 키라앤컴퍼니는 군장병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점을 이용, 디지털 기반 금융 교육 콘텐츠 제공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2026년 고등학교 교육 과정에 포함되는 금융 교육도 마찬가지다. 기업에 디지털 연금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직원들의 노후 준비를 돕고 안정적인 사용자 기반 확보에도 나설 예정이다. 박혁 대표는 키라를 금융 교육 서비스를 넘어 우리나라 금융 교육 인프라의 일부로 자리 잡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키라앤컴퍼니는 금융 교육 서비스에 대한 가능성과 성과를 인정받아 2025년 동국대 캠퍼스타운 입주 기업에 선정됐다. 동국대학교는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다양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제공했으며, 금융권 오픈 이노베이션 지원에 도움을 줬다. 플랫폼 협회 멘토 주선으로 판로 개척에도 힘을 실어줬다. 밴처 캐피털인 프라이머 관계자를 초빙해 투자 활동 기회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박혁 대표는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을 통해 행정, 운영 등 기업 운영 전반에 대한 도움을 받았습니다. 여러 조언을 들으면서 키라앤컴퍼니의 방향성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박혁 키라앤컴퍼니 대표 / 출처=IT동아
“증조모가 고아의 성장에 관심을 가졌고 어머니가 입양인의 인생에 관심을 가졌던 것처럼 키라앤컴퍼니도 고객의 성장에 관심이 있습니다. 키라앤컴퍼니는 금융 초보자들이 경제적 자유와 풍요를 누리길 바랍니다. 키라 서비스를 통해 개인이 성장한다면 기업도 자연스럽게 성장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꿈이 현실이 되도록 노력해 단순한 금융 교육 플랫폼이 아닌 머니케어 설루션이 되도록 힘쓰겠습니다.”
박혁 대표는 금융 초보자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돕는 머니케어 설루션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우선 교보생명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서 사용자 금융 상품 진단, 금융 에이전트 발전 가능성을 확인하며 플랫폼 완성도를 높일 방침이다. 키라 서비스도 다양한 장치에서 사용 가능하게 만들어 가입자 수를 확대할 예정이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