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의 새로운 정책 못지않게 세계의 관심을 끄는 건 중국 생성형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출현이다. 개발비만 수천억원이 드는 생성 AI 시장에서 딥시크가 저가 반도체 칩으로 내로라하는 AI보다 더 나은 성능의 모델(R1)을 선보여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비싼 칩만이 능사는 아니다’는 발상의 전환이다.
딥시크는 AI 생태계뿐 아니라 건설업 등 다른 산업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무한 경쟁에서 혁신만이 살길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건설업, 도전의 역사
해방 이후 국내 건설업 역사는 혁신과 도전 정신으로 쓰였다. 경부고속도로는 ‘하면 된다’는 믿음을 준 대표 사례다. 1967년 시작된 2차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중화학공업 기반이 갖춰지고 수출이 늘어 운송 수요가 급증했다. 서울과 부산을 잇는 고속도로 필요성이 대두했다. 당시 선진국의 고속도로 건설비는 ㎞당 6억~8억원이었다. 경부고속도로 공사비는 1967년 국가 예산(1643억원)의 두 배인 3400억원으로 추정됐다. 국내 건설업계는 연인원 900만 명과 장비 165만 대를 투입했다. 그 결과 1970년 7월 최소 비용(㎞당 1억원)과 최단시일(2년5개월)에 430㎞의 교통 대동맥을 완공했다.
해외에서도 ‘제2경부고속도로 신화’가 이어졌다. 현대건설이 1976년 수주한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항만공사(9억3000만달러)의 관건은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인건비와 자재비를 아끼는 것이었다. 항만 매립에 필요한 대형 철 구조물 89개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만들어 배로 운송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성공 비결로 꼽힌다. 구조물 하나가 10층 건물 높이(36m)에 무게만 550t에 달했다. 바지선은 중동 걸프만까지 1만2000㎞를 19차례 운항했다. 당시 석유파동으로 바닥난 외환 곳간을 오일머니로 채웠다.
대우건설의 ‘리비아 대수로 공사’(1984~1996년 3547㎞), 삼성물산의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세계 최고인 828m 163층), 쌍용건설의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등 K건설이 완공한 해외 랜드마크 프로젝트가 즐비하다.
K건설, 혁신으로 신시장 열어야
잘나가던 건설사가 2010년대 들어 ‘우물 안 개구리’ 신세로 전락했다. 해외 시장 공략과 기술 개발은 외면하고 손쉬운 집 장사에만 치중한 결과다. 현실에 안주한 데다 믿었던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자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 건설업이 흔들리면서 고용 창출과 경제 성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건설업계에 ‘딥시크 혁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혁신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 공정(프로세스)으로 기존 방식보다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이다. 자체 기술력을 배양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같은 인프라 건설 효율을 높이는 게 혁신이다. 노후 도로와 교량 같은 설비를 수선하는 유지보수 등 신시장도 키워야 한다. 미래 성장 분야로 꼽히는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등 친환경산업과 소형모듈원전(SMR)을 비롯한 에너지산업 수주 능력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도 협력 시스템이 망가진 건설 생태계의 복원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올해 혁신으로 무장한 K건설의 재도약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