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사모펀드 망치는 진짜 빌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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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사모펀드 망치는 진짜 빌런들

한국에선 기업 경영권을 사고파는 사모펀드(PEF)를 바라보는 시선이 유독 차갑다. 학창 시절 성적은 전교 1등을 다투는데 목적을 위해선 물불 안 가리는 성격 파탄자를 연상하는 듯하다. 고려아연 분쟁이 촉발된 이후 부정적 이미지가 전례 없이 부각되고 있다. 정치권에서 작정하고 PEF를 때리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PEF업계는 숨을 죽이고 있다. 44조원을 굴리는 동북아시아 최대 PEF MBK파트너스마저 ‘빌런’으로 내몰리자 업계 전반으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이다. 자칫 PEF 손발을 묶는 이상한 규제가 생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PEF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이 실타래처럼 꼬이고 있다.

PEF에 선악은 없다

PEF는 사모펀드라는 명칭 때문에 많은 오해를 달고 산다. 사모펀드는 PEF와 헤지펀드로 나뉘는데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투자한다는 점에서 라임, 옵티머스 사고가 터진 헤지펀드와는 완전히 다르다. PEF도 운용사다. 연기금, 보험사 같은 ‘큰손’의 돈을 받아 펀드를 만들고, 10년 가까이 중장기로 운용해 그 수익을 돌려준다. 핵심은 투자 기업의 가치를 직접 끌어올린다는 점이다. 본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고, 방만 경영을 바로잡을 수도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뺏으려는 MBK에 대한 호불호는 개인마다 갈릴 수는 있다. 하지만 MBK 자체가 옳으냐 그르냐를 묻는 것은 PEF 본질을 흐리는 질문이다. 중요한 건 MBK가 내세운 투자 비전과 방향이다. PEF에 선악의 잣대를 들이대선 안 된다.

MBK는 고려아연 지배구조를 개선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결국 고려아연 기업 가치를 MBK와 최윤범 회장 중 누가 높일 수 있을지 판단하면 될 일이다. MBK의 고려아연 경영권 공격이 ‘문 앞의 야만인’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에서도 밸류업의 일환으로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PEF는 태생적으로 냉정하고 매정할 수밖에 없다.

수상한 PEF 수두룩

한국에서 PEF는 2000곳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본시장법 테두리에 있는 기관 전용 PEF만 약 500곳에 이른다. 약정 금액은 도입 원년인 2004년 말 4000억원에서 현재 150조원 안팎으로 불었다. 연평균 35% 성장한 셈이다. PEF는 투자 성과에 따라 천문학적인 돈을 벌 수 있는 만큼 최고의 인재가 모인다. 돈을 맡기고 굴리는 이들이 모두 최고의 금융 전문가다. 금융업 중 유일하게 규제를 거의 받지 않는 이유다. PEF업계의 진짜 걱정은 이런 규제 구멍을 노린 악용 사례가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고려아연 사태도 최 회장이 친구가 운용하는 PEF인 원아시아파트너스에 거액을 맡긴 데서 비롯한 측면이 크다. 신생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가 4년 전 글로벌 골프 기업 테일러메이드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었던 것도 새마을금고와의 유착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센트로이드와 F&F가 맺은 계약은 비슷한 시기 하이브 상장 직전 방시혁 의장 측근이 세운 이스톤PE가 방 의장과 맺은 비밀 계약처럼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투자 경력이 거의 없는 한앤브라더스가 바디프랜드 경영권을 인수했다가 벌어진 분쟁은 여전히 미스터리 투성이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진짜 관심을 가져야 할 PEF 이슈는 이런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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