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대학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주목받고 있다. 영국 글로벌 대학평가 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지난달 발표한 ‘2025 QS 세계대학평가’에서 홍콩대(11위), 홍콩중문대(32위), 홍콩과학기술대(44위) 등 홍콩 5개 대학이 상위 100위에 포함됐다. 홍콩대는 중국 베이징대(14위), 칭화대(17위)를 제치고 싱가포르국립대(8위)에 이어 아시아 2위로 올라섰고, 홍콩중문대는 2010년 이후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홍콩특별행정구 정부와 민간의 막대한 투자, 글로벌 교수진 영입, 차별화된 교육 연구환경 등이 맞물린 결과다.
韓 인재 빼가는 해외 대학들
한국은 어떤가. 100위 안에 든 대학은 서울대(38위), 연세대(50위), 고려대(61위) 세 곳으로, 전년에 비해 두 곳이 줄었다. 서울대 순위는 일곱 계단 하락했지만, 연세대와 고려대가 여섯 계단씩 상승한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 정도다.
약진하는 홍콩 대학 중에서도 홍콩과기대는 1991년 설립돼 비교적 역사가 짧은 축에 속한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와 국제화, 연구혁신 중심 경영을 통해 명문대학으로 발돋움했다. 특히 공학과 경영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학은 최근 공격적인 인재 영입으로 국내에도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부의 미시경제학과 계량경제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교수 두 명이 조만간 홍콩과기대로 이적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이들을 제외하고도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서울대에서 해외 대학으로 옮긴 교수가 56명에 이른다. 북미지역 대학으로 이적한 교수가 42명으로 가장 많고, 아시아와 유럽으로 떠난 교수가 각각 10명, 4명이었다.
문제는 서울대조차 떠나겠다는 교수들을 만류할 마땅한 방도가 없다는 점이다. 홍콩과기대만 해도 지금의 3~4배에 이르는 연봉에 거주비, 자녀 교육비까지 지원하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으니 말이다. 동료 교수들은 “잡으려고 해도 잡을 수 없어 답답하다. 제안이 온다면 솔직히 나부터 흔들릴 것 같다”고 토로했다.
"파격 조건…말릴 방도가 없다"
사실 10여 년 전만 해도 홍콩과기대는 미국 명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국내 주요 대학교수에 채용되기 전 거치는 ‘징검다리’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반대다. 글로벌 위상이 급상승한 데다 연봉과 연구비 격차도 국내 대학과 현격히 벌어져 이적 제의만 온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게 교수들 얘기다.
뛰어난 역량을 갖춘 교수의 해외 이적은 물론 개인적인 선택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다만 대부분 해외 명문대에서 학위를 받고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돌아왔던 교수들이 왜 다시 떠나게 됐는지 정부와 교육계가 성찰하지 않으면 인재의 탈한국은 계속될 것이다. 10여 년간의 등록금 동결에 따른 대학 재정난이 교수 처우와 연구환경 개선에 걸림돌이 되고, 성과와 관계없이 경직되게 운영된 호봉제 기반의 연봉 체계가 우수 인재 유치와 유지에 한계로 작용했다는 점부터 인정해야 한다.
“저라고 고국의 대학을 떠나서 외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었겠습니까.” 지난해 국내 한 사립대에서 미국 명문대로 적을 옮긴 교수가 던진 한탄 조의 말이 귓전을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