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국내 대표 대형마트인 이마트와 롯데쇼핑 주가가 8~9% 급락했다. 한 의원의 발언이 악재였다.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터뷰에서 “(대형 마트들이) 법정 공휴일에만 휴업할 수 있도록 우리 당이 법안을 처리할 것”이라며 “일요일에 두 번 쉬었다고 해서 꼭 적자를 보는 것은 아니다. 그건 그들의 입장”이라고 언급해서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고, 수천억원에 달하는 두 기업의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증발했다.
대형마트, 더 이상 甲 아냐
오 의원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한 시점은 작년 9월이다. 이후 이 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된 적이 없다. 아직 논의 계획조차 없다. 지난해 발의 이후 상황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마트와 롯데쇼핑 주가가 새삼스레 급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유통업계에 팽배한 우려 때문이다. 새 정부가 대형마트, 프랜차이즈, 플랫폼 등 이른바 ‘갑’으로 일컬어지는 대기업에 대한 규제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정은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처음 도입됐다. 당시 기업형 슈퍼마켓(SSM) 확산에 대한 골목상권의 반발이 컸고, 유통 공룡의 확장을 견제해야 한다는 대기업 규제 명분이 작동했다. 월 2회 일요일 휴업은 그렇게 시작됐다. 하지만 그로부터 1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 규제는 효력이 없음이 입증됐다. 소비자는 대형마트의 일요일 휴업으로 불편을 겪었고, 대형마트가 휴업하는 날에는 인근 소상공인 매출도 감소했다. 전통시장도 매출 증가 효과를 크게 보지 못했다. 결국 2023년 대구를 시작으로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인근 상점, 전통시장 등 이해당사자들 간 협의를 거쳐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에서 평일로 전환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매장 상당수는 이미 평일 휴업을 하고 있다.
乙 위한 법, 오히려 乙 위협
무엇보다 대형마트는 더 이상 과거의 ‘슈퍼 갑’이 아니다.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위주의 유통산업이 e커머스 중심으로 재편된 지 오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유통 채널에서 차지하는 대형마트 매출 비중은 2016년 25%에서 지난해 11.9%까지 축소됐다. 같은 기간 e커머스 매출 비중은 32%에서 50.6%로 확대됐다.
상징적인 장면이 있다. 홈플러스 사태다. 이마트에 이어 국내 2위 대형마트(매장 수 기준)인 홈플러스는 e커머스 전환에 대응하지 못해 경영난에 처했다. 결국 지난 3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채권단의 합의가 불발되면 산산이 쪼개져 공중분해 될 위기다. 이쯤에서 또 한 가지 묻고 싶다. 오 의원은 아마도 ‘을’의 편에 서겠다며 이 법안을 발의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홈플러스에 생계가 달린 직원, 입점 소상공인, 홈플러스에만 납품하는 중소 협력 업체는 갑일까, 을일까.
13년 전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 기간 국내 유통산업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극심한 격랑에 휩싸였고, ‘빅뱅’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재편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좌우 가리지 않는 실용적인 정책을 펼치겠다고 했다. 그가 천명한 대로 더 이상 이념에 빠져 시대에 역행하는 낡은 규제를 밀어붙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