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기업 혁신 막는 상속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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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기업 혁신 막는 상속세제

세금은 죽을 때까지 따라다닌다. 상속세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부담은 큰 편이다. 최고세율(50%)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조세 감면 요구가 끊이지 않았지만 20년 이상 개편된 적도 없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상속세 개편 논의가 달아오르는 건 이런 배경에서다.

창업주의 고령화로 승계가 임박한 상당수 기업의 상속세 부담도 만만치 않다. 그나마 매출액 5000억원 미만인 중소·중견기업에는 최대 600억원을 공제하는 상속공제 제도가 마련돼 있으나, 이런 혜택을 보려면 조건이 여간 까다롭지 않다. 가장 불편한 걸림돌로 작용하는 게 업종 변경을 제한하는 규제다.

상속공제 조건 까다로워

1999년 문구·사무용품 도소매업으로 시작한 빅드림이 이런 사례다. 이 회사는 2세가 합류하면서 2021년 과학교구 제조업에 뛰어들어 매출과 고용이 2배 이상 늘었다. 혁신의 성공 사례로 꼽히지만 이런 성과가 되레 발목을 잡았다. 주업종이 도소매업에서 제조업으로 바뀌면서 상속공제 특례를 적용받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현행 상속공제 제도는 상속인이 가업을 물려받기 전 최소 10년, 물려받은 후 5년간 업종을 유지해야 하는 조건이 붙어 있다.

업종 변경이 일부 허용되지만, 한국표준산업분류 기준에 따라 ‘대분류’ 내에서만 가능하다. 예컨대 식자재를 생산하는 기업이 전혀 분야가 다른 기계 제작에 뛰어들어도 같은 제조업이어서 상속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사업상 연관성이 깊은 식품 유통업에 뛰어들면 대분류 체계를 벗어나므로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빅드림은 과학교구 제조업 진출을 계기로 과학교구를 활용한 교육서비스업 진출도 계획 중이지만 역시 상속공제 포기를 감수해야 한다.

이래서는 기업이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혁신을 시도하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다. 행정 편의상 정해놓은 대분류의 칸막이에 기업을 가두어놓는 꼴이다. 창업주의 성과를 발판 삼아 혁신을 시도하려는 2세들은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이종(異種) 산업 간 융복합이 요구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더더욱 맞지 않는 규제다.

일자리·혁신 투자 늘리려면

기업에 상속공제 혜택을 주는 건 그만큼 경제적 효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바탕에 깔려 있다. 세금이 줄어드는 만큼 기업의 자본이 증가하면 혁신 투자로 이어지고, 이는 일자리 증가 유인이 되는 까닭이다.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파이터치연구원에 따르면 상속세율을 50% 인하하면 일자리도 0.13% 증가한다. 상속공제 혜택을 받으면 기업의 총혁신 투자는 2.58% 늘어난다. 반면 상속공제 혜택을 받을 때 업종 변경 제한 규제가 추가되면 일자리 증가율은 27.5%, 혁신기업은 1.66%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내용은 올해 초 세계적인 학술지(Emerging Markets Finance and Trade)’에도 게재됐다.

국내 중소기업은 771만 개(99.9%), 고용자 수 1849만 명(80.9%)을 차지하는 국가 경제의 핵심 주체다. 기왕 상속세 개편 논의가 시작된 만큼 지혜를 모아 기업의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과감히 없애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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