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방정부와 美비자제도 개혁 논의중… 韓기업 수십년 지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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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초대석] 트립 톨리슨 美조지아주 서배너 경제개발청장
韓의 서배너 투자, 혁신적 변화… 현대차는 조지아주의 핵심 파트너
韓 근로자 체포 당시 테네시주 출장… 큰 충격 받았고, 韓 기업들과 적극 소통
연방정부에 美비자 제도 개선 촉구… 비자 적용 범위 명확히 하는 것 논의

트립 톨리슨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경제개발청장은 10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들이 이뤄낸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매우 소중히 여긴다”며 “한국 기업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출처 서배너 경제개발청 홈페이지

트립 톨리슨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경제개발청장은 10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들이 이뤄낸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매우 소중히 여긴다”며 “한국 기업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출처 서배너 경제개발청 홈페이지
《“우리는 연방 정부의 핵심 정책 결정자들에게 미국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비자 제도 개선을 촉구할 것이다.” 트립 톨리슨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경제개발청장은 10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4일 서배너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건설 현장에선 한국인 근로자 317명이 적절한 비자를 소지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미 이민 당국에 체포돼 구금됐다가 일주일 만에 풀려났다. 당시 사건을 계기로 특히 미국의 비자 발급 절차 및 적용 대상 등이 논란이 됐는데, 조지아주 지역 고위급 인사도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단 입장을 전한 것이다.》구금 사건 당시 테네시주에 있던 톨리슨 청장은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사태 파악 및 수습을 위해) 한국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고 했다. 이어 “현대차는 조지아주의 장기적인 핵심 파트너”라며 “우린 한국 기업들에 우리의 확고한 지지와 협력 의지를 직접 전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925년에 설립된 서배너 경제개발청(Savannah Economic Development Authority, SEDA)은 조지아주 서배너·채텀 카운티 일대의 산업 유치, 투자 촉진, 일자리 창출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외국 기업의 현지 진출 때 필수인 법인 설립, 인허가, 부지 매입, 공공 서비스 연결(전력·용수·도로 등) 절차 등도 이곳에서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특히 110개 이상의 한국 기업이 진출한 조지아주는 미국 내 대표적인 ‘K산업기지’로 꼽힌다. 그런 만큼 지난달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 이후 SEDA, 나아가 조지아주 지역 당국이 느끼는 당혹감은 상당하다는 평가다. 조지아주 당국이 한국 기술자 복귀 방안을 모색하는 등 비상 대응에 분주한 이유다.

SEDA의 전반적 운영을 총괄하는 톨리슨 청장은 사태 수습에 앞장서는 지역 주요 인사 중 한 명이다. 그는 서배너를 중심으로 미 남동부 일대 공급망 네트워크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지닌 ‘지역 경제산업 사령관’으로 평가받는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서배너는 미국에서 물류 및 제조 산업의 중심지로 빠르게 성장하는 곳이다. 또 한국 기업들의 진출도 활발하다.

“서배너는 제조업·물류·보건의료·관광·군(軍) 관련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 기반을 갖춘, 오랜 역사를 지닌 곳이다. 물류 측면에서 보면 서배너 항구는 산업의 중심축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 역할을 이어갈 것이다. 우리 지역은 북미 대륙에서 가장 큰 단일 터미널 컨테이너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내 세 번째로 바쁜 컨테이너 항만이기도 하다. 기업들은 서배너 항구 인근에 입주하기를 원하며, 조지아주는 지역 항만 네트워크 성장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제조업 역시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 지역 경제의 핵심 동력 중 하나로 자리할 것이다. 서배너에는 한국 기업들도 많고, JCB, 미쓰비시, 걸프스트림 등 290개 이상의 글로벌 제조업체가 활동 중이다. 기업들은 우수한 노동력, 서배너 항구와 근접한 지리적 이점, 탄탄한 인프라 등을 이유로 서배너 지역을 선택한다. 또 ‘조지아 퀵 스타트(Georgia Quick Start)’와 같은 인력 교육 및 산업 지원 프로그램 역시 기업들엔 큰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현대차와 한화 같은 한국 기업들은 조지아주에 대규모 투자를 해왔다. 한국 기업들의 투자는 서배너 지역 경제 발전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나.

“한국의 서배너 지역 내 투자는 우리 공동체에 매우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이와 관련된 긍정적인 영향은 앞으로 수세대에 걸쳐 이어질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추진한 투자 규모는 주(州) 역사상 전례 없는 수준이다. 또 여기엔 조지아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 개발 프로젝트도 포함돼 있다. 특히 현대차는 조지아주의 핵심적인 장기 파트너 중 하나다. 우리 경제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며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하고 있다. 또 서배너가 앞으로 수십 년간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많은 기여도 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 투자자들과의 이 같은 파트너십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톨리슨 청장은 지난달 현대차 공장 단속 당시 테네시주 내슈빌에 있었다. 그는 사전에 수색이 진행될 거란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달 지역 매체인 ‘서배너 모닝 뉴스’와의 인터뷰에선 당시 체포 작전 규모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알다시피, 지난달 조지아주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이 HL-GA 건설 현장에서 근무 중이던 한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갑작스럽게 대대적인 단속을 진행했고, 317명을 체포해 구금했다. 서배너 등 조지아주에 투자하려던 외국 기업들에 영향을 줬을 것 같다.

“당시 상황이 발생한 직후, 우리는 기존 산업체들과 투자 예정 기업들에 즉시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제공했다. 현재까진 (기존) 투자 계획에 즉각적인 영향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지역사회 구성원 일부에게 개인적 차원에서 영향이 있었다는 점은 잘 이해하고 있다. 우리는 지역 내 수많은 파트너와 꾸준히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 또 그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질문에도 항상 답할 준비가 돼 있다.”

―HL-GA 단속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처음 한 대응은 무엇이었나.

“나는 언론 보도를 통해 그 소식을 접했다. 그리고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shocked). 가장 먼저 취한 행동은 HL-GA Battery JV(현대-LG 합작 배터리 공장) 파트너들에게 직접 연락한 거였다.”

미 이민 당국의 한국인 근로자 체포 및 구금 사태는 미국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미국 내 투자와 일자리 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와, 비자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사태 발생 뒤 “나는 다른 국가나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겁주거나 의욕을 꺾고 싶지 않다. 우리는 그들(외국 기업)을 환영하고 그들의 직원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이민 단속과 제조업 재건이란 모순되는 목표를 내부 조율을 거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추진하다 논란을 자초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한국과 미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비자 제도 개선을 위한 워킹그룹(실무조직)을 신설했다. 지난달 30일 첫 회의에선 미국이 단기 상용비자(B-1)는 물론 전자여행허가(ESTA) 소지자도 미국 공장에서 장비 설치 등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조지아주 당국의 사태 수습 움직임도 분주하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올가을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SEDA나 지역 당국이 한국 기업 및 근로자들에게 안전과 공정한 대우를 보장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이번 사건 이후 현대차나 LG 등 한국 기업들과는 소통이 있었나.

“우리는 한국 기업들과 매우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 상시 소통하고 있다. 이러한 파트너십을 지속하는 게 일단 매우 중요하다. 현대차와 LG 등과도 우리는 사건 직후는 물론이고 지금도 끊임없이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 (HL-GA에 대한) 단속 직후에는 물론, 지금까지도 우리는 한국 기업들에 우리의 확고한 지지와 협력 의지를 직접 전달해 왔다.”

―미 이민 당국에 체포돼 구금됐던 한국 근로자들이 복귀해 서배너에서 다시 업무를 재개할 수 있도록 어떤 구체적 조치를 고려 중인가.

“이번 사건은 어느 주에서든 발생할 수 있었던 연방 정부 차원의 사안이었다. 다만 우린 연방 정부의 주요 정책 결정자들과 계속 소통하면서, 미국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비자 제도 개선을 촉구할 것이다. 또 이러한 변화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점 역시 (연방 정부에) 강력히 제안(strongly suggest)하고 있다. 최근 한미 정부 간 비자 워킹그룹을 통한 합의에서 일부 (비자 제도 개선 등에) 진전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선 (한미 정부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구금됐던 근로자는 물론 한국 국민이 받은 충격은 매우 컸다. 비자 문제를 포함해 포괄적 재발 방지책이 마련되기 전엔 근로자들이 복귀하긴 쉽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사태로 인한 후폭풍이 거세지면서 켐프 주지사는 지난달 16일 “미국의 비자 제도를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당시 크리스 클라크 조지아주 상공회의소장도 “공장을 짓기 위해 미국에 온 한국, 일본, 독일 노동자들을 위해, 미 비자 제도의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톨리슨 청장 역시 “배터리 장비를 설치하기 위해 온 한국인들은 정교하고 재능 있는 사람들”이라며 “세계 어디에도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인력은 없다”고 강조했다.

―비자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려면, 미국에선 국가적·지역적 차원에서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

“한국인 근로자들은 전문적이고, 또 고도로 정교한 장비를 설치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었다. (그들이 진행하려고 했던) 다음 조치는 조지아주 현지 직원들에게 그 장비 사용에 대해 교육하는 것이었다. 당시 그들은 임시 비자(temporary visa)로 입국한 상태였지만, 우리는 현재 연방 정부 정책 결정자들과 협의해 이 프로그램을 개혁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또 비자의 적용 범위(parameter)를 명확히 하는 것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조지아주 등에 거주하는 한국인의 처우 등에 대해 걱정하는 한국 국민도 많다.

“이번 사건은 연방 정부 주도로 발생한 불행한 사건이었다. 또 사실 (조지아주가 아닌) 어느 주에서든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다. 조지아주는 한국과 40년에 걸친 긴밀한 파트너십을 유지해 왔다. 우리는 수많은 한국 기업들이 이곳에서 이뤄낸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매우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는 이러한 한미 간 파트너십, 투자, 일자리 창출을 강력히 지지할 것이다. 지금뿐만 아니라 향후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을 약속한다.”

트립 톨리슨 서배너 경제개발청장

기업 유치, 기존 기업의 유지 및 확장, 서배너세계무역센터 관리 등을 담당하는 서배너 경제개발청(SEDA)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서배너가 속해 있는 미국 조지아주 채텀 카운티 내 주요 경제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또 지역·주·광역 차원에서 폭넓은 인맥과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서배너 상공회의소 최고운영책임자(COO) 및 부회장을 지냈고, 샘 넌 전 상원의원과 잭 킹스턴 전 하원의원의 보좌관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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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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