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충격적인 국가경쟁력 하락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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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충격적인 국가경쟁력 하락의 민낯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2025년 국제경쟁력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69개국 중 스위스 싱가포르 등과 같은 중소강국이 상위권을 지키고 카타르가 9위로 진입했다. 작년에 20위로 급상승한 한국은 27위로 풀썩 내려앉았다. 올해 평가는 경제 성과(국내 경제, 국제 무역, 국제 투자, 고용, 물가), 정부 효율(정부 재정, 조세 정책, 제도적 틀, 기업 관련 법규, 사회적 틀), 기업 효율(생산성, 노동 시장, 금융, 경영 관행, 가치와 태도), 인프라(기본 인프라, 기술 인프라, 과학 인프라, 환경과 보건, 교육) 4개 부문 341개 지표로 이뤄졌다.

IMD 지표가 학술적으로나 이론적으로나 특별히 빼어나거나 대단한 공감을 얻는 개념은 아니다. 그러나 순위 변화 추세와 선진국 동향을 읽어낼 좋은 자료임은 틀림없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만성 부진에 시달리는 영역과 올해 급격하게 하락한 영역에 초점을 맞춰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경제 성과 분야는 특기할 만한 것이 없고, 정부 효율 분야에서는 만성적으로 부진한 ‘기업 관련 법규’가 47위에서 50위로 하락했다. 기업 관련 법규가 경쟁력을 약화하는 현상은 기업 효율 분야와 인프라 분야에서도 중첩적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진입 규제와 발목 잡기가 만연한 정치·사회적 분위기와 규제만능주의 정부가 국가경쟁력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

기업 효율 분야에서는 우선 ‘생산성’이 33위에서 45위로 충격적으로 하락했다. 무능하고 게으른 산업 현장의 침체를 보여준다. ‘노동 시장’은 31위에서 53위로 내려 공급 경직성과 수요 부진의 참상을 드러내고 있다. 놀라운 것은 ‘경영 관행’이 28위에서 55위로 급격히 떨어진 점으로, 사회를 들끓게 한 주식시장에서의 절망과 자본시장 밑바닥의 거센 저항을 나타냈다. 한편 ‘가치와 태도’도 11위에서 33위로 급격히 하락했다. 기업가정신과 기업에 대한 선호 모두 급락한 것이다. 기업 효율 부문은 다른 부문에 비해 올해 유난히 큰 폭으로 하락했고, 우리 산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인프라 분야에서 ‘기술 인프라’는 작년에 16위였으나 올해 39위로 내려앉았다. 일반 국민의 믿음과 다르게 통신 분야 대부분 지표에서 만성 부진을 보이고 있고 순위도 급락했다. 예를 들면 디지털 기술의 사용 용이성(28위→59위), 수준급 엔지니어 공급 정도(29위→46위), 법적 환경이 기술 개발 및 응용을 지원하는 정도(43위→55위) 등이다. 한때의 정보기술(IT) 강국이 이제는 하위 4분위의 나라로 주저앉은 것이다. 그나마 작년에 1위를 기록해 관심을 끈 과학 인프라는 2위가 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연구개발 투자비 비중’ ‘GDP 대비 기업 연구개발비 비중’이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과학 인프라가 국가 경쟁력의 강력한 엔진이라는 것을 또다시 보여줬다. 다만 이 같은 지표가 투입요소적임에 주의해야 한다.

한편 ‘특허 출원 수’는 괄목하게 많지만 쓸 만한 특허는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반면 ‘과학연구 관련 법률이 혁신을 지원하는 정도’ ‘지식재산권의 보호 정도’ ‘산학 간 지식 전달 정도’는 매우 부진해 모두 40~50위권에 머물렀다. 국민의 희생으로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궁극적인 성과로 연결되는 메커니즘과 사회적 지혜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부분이 걱정스럽고, 몇 년 후에는 일반 국민에게도 큰 실망감을 안길까 두려운 마음이다.

IMD 평가가 보여준 한국의 모습은 어둡다. 사회 전반적으로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으며, 시기와 질투 속에 실효성 없는 투자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할 때다. 언론과 정부는 정치적 불안정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분위기지만, 이는 근본적인 문제의 본질을 가리는 것이다. 경쟁력 약화는 엄연한 현실이며, 이는 단순한 순위 변동에 그치지 않고 3년 후의 소득과 생활 수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곧 닥칠 수 있는 혼란과 침체를 막기 위한 종합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산업 구조의 혁신, 인재 양성, 규제 완화와 같은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국가 경쟁력 회복이 어렵다. 민간과 정부, 학계가 함께 문제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책 집행 과정에서도 단기 성과에만 치중하지 말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신뢰할 수 있는 경제·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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