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다론 아제모을루, 사이먼 존슨, 제임스 로빈슨)에게 중국은 참 난처한 나라다. 권위주의 독재국가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게 세 사람 주장의 핵심이다. 권력층만 부(富)를 독점하는 ‘착취적 제도’ 때문이다. 중국이 실패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글로벌 패권을 다투는 주요 2개국(G2)이다. 중국 굴기의 동인으로 국가자본주의가 지목된다. 국가 자원의 총결집, 산업별 세부 성장 전략을 정부가 맨 앞에서 이끈다.
20년 전 만 해도 미국은 중국의 선망 대상이었다. 중국은 미국식 시장 메커니즘과 자본주의 원칙을 벤치마킹했다. 요샌 거꾸로 미국이 중국을 따라간다. 최근 중국의 희토류 대미 수출 봉쇄가 한 예다. 중국 공세가 미국 목을 죄는데 시장에만 대응을 맡길 순 없는 노릇이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으로 빠르게 맞받아쳐야 한다. 중국을 견제하는 데는 중국 방식이 안성맞춤이다. 미국이 사회주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정책을 노골적으로 밀어붙이는 이유다. 세 개 조치가 눈에 띈다. 첫째, 민간기업 지분 매입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 8월 인텔 지분 9.9%를 취득해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희토류 생산업체 MP머티리얼스 최대주주(15%)는 미 국방부다. 방산업체 록히드마틴 지분 매입도 논의 중이다. 둘째, 수출 허가에 대한 대가 징수다. 엔비디아와 AMD는 중국에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수출하려면 ‘매출의 15%’를 내야 한다. 수출세에 가까운 조치다. 셋째, 황금주 확보다. 일본제철은 5월 인수한 US스틸 일리노이주 제철소를 폐쇄할 계획이었다. 미국 정부는 황금주 권한을 발동해 쐐기를 박았다. 황금주는 단 한 주로도 공장 해외 이전·폐쇄·휴업 등 회사 경영 사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미국 기업 인수를 고려하는 한국 기업에 ‘황금주 리스크’가 추가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증유 정책들은 의회 승인을 거친 게 아니다. 수출 허가 조치는 위헌 논란이 있다. 안보 핵심 기술도 대가(수출세)만 지급하면 적국에 팔 수 있는 사례가 되기 때문이다. 분명한 건 미국이 더 이상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시장 원리 존중, 자유무역 확산 등 신자유주의 의제는 미국이 앞장서 선도해 온 경제 철학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눈길도 주지 않는다.
미국의 변신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뭘까. 우선 ‘변해버린’ 미국을 상대할 때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 협상이 한 예다. 우리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을 강조한다. 시장 원리에 맞는, 누가 봐도 수긍하는 결과물을 도출하자는 제안이다. 하지만 미국은 자국 기업에도 상업적 합리성 잣대를 적용하지 않는다. 미 정부는 MP머티리얼스 희토류를 시가 보다 두 배 높은 가격에 매입한다. 시장 원리가 실종된 것이다. 미 정부를 상대로 상업적 합리성을 강조해 봐야 먹힐 리 있겠나. 오히려 정치력이 경쟁력인 시대다. 한물간 반도체 기업 인텔의 기사회생, 트럼프와 엔비디아·AMD 간 담판 등이 정치적 결과물로 지적된다.
미국의 변신은 우리 정부와 여당에 경각심을 요구한다. 미국은 자국 산업에 걸림돌이 되면 시장 원리 따윈 간단히 무시해 버린다. 물불 가리지 않고 대놓고 밀어준다. 정부의 전략적·총체적 지원이 없으면 우리 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한순간에 낙오될 리스크가 커졌다. 국가의 사활적 이익을 지키는 워싱턴 로비력(정치력)도 필수다. 미국 의존도 줄일 기회다. 대미 협상력은 의존도가 약할수록 커진다. 교역 상대국의 다변화가 절실하다. 인도 유럽연합 아세안 10개국 등과의 무역을 더 늘리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적극 검토할 때다.
물론 트럼프식 국가개입주의를 미국 국민 다수가 지지하는 건 아니다. 심지어 정부 지원을 받은 인텔도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 제출 보고서 한 귀퉁이에 경고음을 남겼다. “정부가 민간기업 최대주주가 되면 향후 결과 예측이 힘들다.” 쉬운 말로 “안 좋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트럼프 임기 후에도 국가개입주의 흐름은 지속될 듯하다. 중국 때리기는 공화·민주 양당 간 초당적 합의다. 익히 알던 미국이 아니다. 축구 골대가 움직이면 유연한 대응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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