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말벌과 까마귀가 자주 사람들을 공격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아마도 말벌과 까마귀의 둥지에 사람들이 가까이 가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일 터이다. 둥지는 동물들의 삶의 근거다. 둥지가 위협에 노출되면, 어느 동물이나 거세게 저항하는 게 당연하다. 실은 식물들도 자기 땅을 지키려 애쓴다. 소나무 아래에 다른 나무나 풀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까닭은 소나무가 독한 물질을 내뿜으며 일종의 ‘화학전’을 벌이기 때문이다. 영역성(territoriality)이라 불리는 이런 행태는 재산권의 원초적 형태다.
재산이 삶의 기반이므로, 재산권의 확립은 인류 사회에서 근본 원리가 된다. 현실적으로, 자유주의 시장경제에서 재산은 다양한 계약을 통해 형성되고 유지되고 처분된다. 계약은 둘 이상의 관계자들에게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권리와 의무들을 규정한 합의를 뜻한다. 자연히, 계약의 자유는 자유 사회의 근본 원리가 된다. 도덕과 법에 어긋나지 않는 한, 자유로운 계약은 존중돼야 한다. 그래서 영국 법률가 헨리 메인은 사회가 “신분에서 계약으로(from status to contract)” 발전했다고 설파했다.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 관련 법률들은 이런 근본 원리를 허문다. 두 기업이 합법적 계약을 맺으면, 그 계약대로 권리를 가지고 의무를 지게 된다. 그러나 한쪽이 다른 쪽에 ‘실질적 지배력’이 있으면, 그쪽의 노동 계약들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이 법은 규정한다. 사실 별개의 법인들인데, ‘실질적 영향력’이 있다는 이유로 계약의 범위를 넘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는 계약의 자유와 재산권의 존중이라는 우리 사회의 구성 원리를 가장 근본적인 수준에서 해친다.
실질적 지배력이란 개념은 얼핏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사실은 허황한 말에 불과하다. 경제 주체들이 세계적으로 촘촘하게 연결돼 서로 영향을 미치는 현대 문명에서, 그런 개념을 법률의 핵심적 개념으로 삼는 것은 지적 미숙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이다. 기업 이론을 처음 정립한 영국 경제학자 로널드 코스의 통찰에 따르자면, 기업은 시장보다 효율적으로 움직이므로 존재한다. 원청 기업은 하청 기업엔 시장의 한 부분이다. 필연적으로, 하청 기업의 노동 계약만을 떼어내어 원청 기업의 문제로 만드는 것은 풀 수 없는 문제들과 감당할 수 없는 비효율을 낳는다.
이 문제의 뿌리는 노동조합에 특권을 허용한 법적 조치가 경제적 자유에 어긋난다는 사정이다. 실제로, 어느 나라의 경제에 관해서나 경제학자들은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개혁의 핵심으로 꼽는다. 노동조합의 특권을 줄이라는 완곡어법이다. 그런데 노란봉투법은 이런 방향과 완전히 거꾸로 갔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그 법이 전체 법체계에 미치는 영향력이다. 법은 연역적 체계여서, 모든 부분이 하나의 논리적 유기체를 이룬다. 그 점에서 법은 수학과 같다. 수학이 공리들에서 정리를 도출하고 다시 계(系)를 도출하듯이, 법은 그 사회의 이념을 공리로 삼아 헌법을 만들고 법률과 시행령들을 연역적으로 도출한다. 자연히 어느 한 부분이 비논리적이면, 거기서 도출된 오류들이 체계를 뒤틀리게 해서 차츰 마비를 일으키게 된다. 실제로 수학자들은 부단히 그런 오류를 잡아내 체계의 일체성을 지키려 애쓴다. 사람들이 오류를 다 잡아낼 수 없으므로, 1970년대 이후 정리의 증명에 컴퓨터 프로그램들이 쓰이기 시작한 이후 이제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오류를 잡아낸다.
실질적 지배력이란 심각한 오류가 법체계에 들어왔으니, 거기서 도출된 오류들은 법체계 속으로 빠르게 퍼져나갈 것이다. 이미 노동조합은 공공 부문에서 실질적 사용자인 정부가 협상에 나서라고 요구한다. 그것은 나름으로 논리적인 주장이어서, 정부가 대응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체계가 연역적 일체성을 잃으면, 사회는 정보 처리 능력이 훼손돼 문제 해결 능력이 점점 낮아진다. 게다가 법체계에 도입된 오류는 바로잡기가 무척 힘들다. 오류임이 밝혀진 수학 명제는 곧바로 제거된다. 하지만 법체계에 들어온 오류는 그것으로 이익을 보는 세력의 저항 때문에 제거하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 노란봉투법이 제기하는 위협은 보기보다 훨씬 너르고 깊다.

4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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