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대한민국의 아킬레스건, 핵심 광물자원

9 hours ago 3

[다산칼럼] 대한민국의 아킬레스건, 핵심 광물자원

2017년 이후 미국과 중국 간 전략적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가장 민감한 산업 분야 중 하나로 광물 자원이 떠올랐다. 조 바이든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산업과 함께 핵심 광물 자원 분야에서 중국발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고자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에 힘써 왔다. ‘광물안보파트너십’(MSP)을 구축하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통해 중국산 광물 자원 의존도를 줄이려 했다.

이어서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는 관세정책을 통해 그동안의 무역 불공정을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응해 중국 정부는 핵심 광물 자원 및 정제·제련 기술 수출 통제와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한 해외 자원 개발, 세계 최대 희토류 기업 출범 등의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왜 일부 광물 자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전략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을까. 공급 측면에서 보면 콩고민주공화국 볼리비아 인도네시아 등은 자국의 광물 자원을 전략 자산으로 간주하고 원광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중국은 희토류와 리튬 등 주요 광물 자원을 다량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원광에서 정제·제련을 거쳐 핵심 소재로 가공하는 분야에서도 독점적 위상을 갖고 있다. 이처럼 특정 국가에 편중된 생산 구조는 국제 공급망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 수요 측면에서는 휴대폰과 노트북,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신재생에너지 발전 등에 필수적인 2차전지와 전기모터용 영구자석의 핵심 소재로서 광물 자원의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핵심 광물 소재는 사실상 제품 경쟁력을 좌우하고 단기간 내에 대체하기 어렵다. 따라서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후방 산업 전반이 멈춰 설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로 인해 일부 주요 자동차 제조사가 생산 라인을 일시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교역 규모로 보면 크지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될 소재이기 때문에 2차전지, 전기차, ESS, 전기모터, 풍력발전 등 관련 산업을 보유한 한국에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더욱이 이들 산업 분야에서 중국은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국이기도 하다. 이 같은 중국의 독점적 위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서방 사회 전반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결국 핵심 광물의 안정적 확보는 기술 경쟁력 확보를 넘어 지정학적 주도권과도 직결되는 과제다.

트럼프 정부는 올해 초 2기 출범과 함께 덴마크에 그린란드 매각을 요청하고,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기 위한 주민들의 자율적인 결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에는 러시아와의 전쟁을 지원한 대가로 핵심 광물 자원 개발 협정을 추진했으며, 지난 4월 말 양국은 결국 협정에 서명했다. 중국과의 관세전쟁 중에도 미국은 자국 내 중국 유학생을,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이 모든 정책의 배경에는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 광물 자원의 안정적인 공급 확보라는 절박한 목표가 있으며 이를 통해 미국은 자국의 산업 경쟁력과 안보를 동시에 강화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자원 빈국이면서도 핵심 광물 자원의 주요 수요국인 한국은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단기적으로는 공급 위기를 막기 위해 수입 대상국을 다변화하고 위기관리 역량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단기 정책 외에도 중장기적 대응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보다 저렴하고 풍부한 대체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이고 일관된 정책 지원, 관련 인재 양성, 국제적 공동 대응 및 자원 개발, 긴밀한 산업 연관 네트워크 구축이 요구된다.

또한 수요 및 공급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주요 경제 협력국과 함께 시장을 형성해 나가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가성비는 ‘품질 대비 가격’을 의미한다. 삼원계 전지처럼 품질 향상이 핵심인지, 리튬·인산철 전지처럼 가격 경쟁력이 관건인지를 명확히 판단하고 그에 맞는 균형 잡힌 투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원의 안정적 확보와 함께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지속 가능하게 끌어올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