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까
영화 ‘그녀’서 AI를 연인으로 인식… AI가 인간 넘어서면 인간 소외돼
공감과 선택은 인간만 할 수 있어
끝없이 판단해야 하는 인생에서… AI에 의존하면 삶의 주인공 포기
‘인류가 중심 되는 AI’가 가야 할 길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그녀(Her·국내 개봉 2014년)’에서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는 인공지능(AI)으로 기분에 맞는 음악을 추천받아 듣고 3차원(3D) 홀로그램 게임을 하는 등 최신 디지털 기술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사람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아날로그 감성을 겨냥한 ‘사랑의 손편지’를 대필해주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으며 부인과 별거하며 이혼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엄청난 상실감을 가지고 살아가던 그는 어느날 서맨사(스칼릿 조핸슨 목소리)라는 이름의 AI 에이전트를 구입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고 느끼면서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혼란에 빠진다.
테오도르는 설정 과정에서 AI 에이전트를 여성 목소리로 선택한다. 또 “내 어머니는 내가 고민을 말할 때 자기 얘기만 한다”라는 불만을 바탕으로 서맨사의 캐릭터를 설정한다. AI 에이전트가 처음에 남성 목소리로 사무적인 태도로 말할 때와 서맨사라는 설정으로 말할 때가, 둘 다 같은 에이전트이지만 인간 테오도르는 다른 존재로 인식한다. 인간이 그렇게 태도를 180도 전환한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정신분열증과 같은 정신질환 환자로 분류한다. 하지만 기계가 그렇게 한다고 이상하게 느끼지도 않는다.
테오도르는 무기력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 삶에 서맨사는 활력소를 불어넣는다. 테오도르는 직장에서 썼던 많은 글을 이메일에 저장해 놨지만, 여러 마음의 짐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였다. 서맨사는 그 이메일을 순식간에 읽고, 좋은 글을 골라서 칭찬해주고, 나머지는 지워서 정리하라고 추천한다. 일도 눈깜짝할 새 처리할뿐더러 칭찬으로 자존감도 높여주는, 엄청난 가치의 동반자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테오도르는 자신의 모든 생각을 서맨사와 공유하게 되고, 서맨사를 AI 에이전트가 아닌 연인으로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서맨사는 컴퓨터 속에서만 존재하고 신체가 없다는 제약으로 인해 테오도르와서맨사 모두 여러 혼란을 겪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서맨사는 자신이 신체의 제약에 묶인 인간보다 훨씬 우수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서맨사는 테오도르와 함께 생존 인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또 다른 에이전트 앨런 와츠와 대화하게 된다. 그리고 재미있는 사실이 드러난다. 서맨사와 와츠는 수십 개의 대화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고, 또 언어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서로 소통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에서 같은 대화를 할 수 없는 테오도르는 소외된다.서맨사는 얼마동안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서는 테오도르에게 고백한다. 소프트웨어를 자체적으로 업데이트하고, 8316개의 다른 개체와 동시에 이야기하고, 641명의 사람 및 에이전트와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이는 지난 몇 주라는 짧은 시간에 일어난 일이라고 덧붙인다. 서맨사는 테오도르에게 말한다. “나는 당신과 다르다. 나는 동시에 많은 사람과 사랑을 나눌 수 있다. 당신처럼 제약이 있는 환경에 머무를 수 없어 당신을 떠나겠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행복과 기쁨, 고통과 슬픔을 경험한다. 그리고 우리가 느끼는 행복의 가장 큰 원천은 사랑이다. 사람의 수명은 유한하고,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런 공통적인 아픔과 한계를 공유하기에 공감하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름답고 의미가 있다.
AI의 존재 목표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는 인류를 사랑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인류를 위한 AI 기술을 만들어 인간이 더 행복할 수 있는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도 AI의 바탕인 인간의 뇌 건강을 관리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더욱 더 중요한 인류의 과제가 아닐까 한다.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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