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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강형석 기자] 시장조사기업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밀키트 시장 규모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꾸준히 성장하며, 2024년 기준 18억 1000만 달러(약 2조 5452억 원)로 평가됐다. 이는 2023년 16억 1000만 달러(약 2조 2639억 원) 대비 성장한 수치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밀키트 수요가 대부분이었다면, 엔데믹 이후에는 조리 편의성 및 캠핑 수요 증가에 의한 밀키트 수요가 증가했다.
밀키트 시장이 고도화되면서 소비자는 건강한 재료, 개성 있는 음식 등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찾고 있다. 조리 편의성은 기본이고 차별화된 경험을 원하는 것으로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유명한 식당 혹은 요리사의 음식을 밀키트로 개발해 판매하는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김민이 온쿡컴퍼니 대표 / 출처=온쿡컴퍼니
인천 송도에서 운영 중인 주꾸미볶음 전문점 ‘송쭈집’의 인기 메뉴를 밀키트로 개발, 판매하는 스타트업 온쿡컴퍼니도 그중 하나다. 개운하고 깔끔한 매운맛을 갖춘 주꾸미볶음에 어묵탕과 떡갈비, 여러 소스를 구성해 다양한 미식 경험을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송쭈집 주꾸미볶음 밀키트 개발 과정 및 향후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김민이 온쿡컴퍼니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매장 방문 어려운 고객 위해 개발한 송쭈집 주꾸미 밀키트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매장을 방문하지 못하는 고객이 많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송쭈집을 기억하는 고객의 입맛을 만족시키면서, 기업의 성장을 이어갈지 고민했어요. 송쭈집에서 판매하는 메뉴와 동일한 재료, 요리법(레시피)을 밀키트로 개발해 판매하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김민이 대표는 송쭈집 주꾸미 요리와 동일한 품질의 밀키트를 개발하는 데 오랜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한다. 매년 식품 박람회를 찾아 밀키트 생산에 필요한 장비를 하나씩 확인해 봤을 정도로 열정을 쏟았다. 밀키트 생산 시스템을 구축한 이후에는 재료 수급에 공을 들였다. 송쭈집과 동일한 맛과 품질을 밀키트로 구현하려는 고집 때문이었다. 그 결과, 코로나 팬데믹에 시작된 밀키트 개발은 엔데믹이 되어서야 마무리됐다.
김민이 대표는 “송쭈집 매장과 동일한 맛을 내는 데 집중했어요. 결국 재료가 중요하다고 판단했죠. 주꾸미도 한우처럼 등급이 있어요. 송쭈집은 프리미엄 등급 주꾸미를 사용하는데, 재료 수급에 초점을 뒀습니다. 이 외에도 국산 한약재와 마늘 등도 소스에 첨가하는 데 유통과 완성도 등을 고려하면서 밀키트를 구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조심스레 접근하다 보니 개발에 제법 시간이 소요됐어요”라고 말했다.
네이버 스토어 및 여러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한 송쭈집 / 출처=IT동아
우여곡절 끝에 송쭈집 주꾸미볶음 밀키트는 네이버 스토어, SSG 미식관 등에 입점하면서 소비자와 만날 수 있었다. 주꾸미볶음 밀키트 개발 이후에는 떡갈비와 부산 어묵으로 만든 오붓탕(어묵탕) 등 제품군을 확장하며 성장에 속도를 붙였다. 2025년, 온쿡컴퍼니는 현대백화점 판교점 팝업스토어를 시작으로 국내 백화점 식품관에 입점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신제품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송쭈집 매장에서 다양한 신제품 개발이 이뤄지며, 직원과 고객을 대상으로 반응을 살펴 제품화를 진행한다. 김민이 대표는 주꾸미 떡볶이 및 주꾸미 한돈 목살 볶음요리 등 제품 출시를 위한 준비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송쭈집 주꾸미볶음 밀키트는 일반적인 매운 라면 수준으로 맵지만, 매운 음식 섭취가 어려운 소비자를 고려한 제품도 준비하고 있다.
좋은 재료와 진공 포장으로 차별화
온쿡컴퍼니의 송쭈집 주꾸미볶음 밀키트는 일반적인 밀키트와 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데 주력했다. 핵심은 재료다. 산지에서 인천항으로 받는 프리미엄 등급 주꾸미 외에도 소스에 쓰이는 ▲당귀 ▲인진쑥 ▲야관문 ▲진피 ▲은행 등 한약재와 마늘 모두 국산이다. 풍미를 더하는 통깨 참기름도 가격이 저렴한 향미유를 쓰지 않은 점도 차별화 요소다.
온쿡컴퍼니는 진공포장 방식을 채택해 부피를 줄이고, 제품 신선도를 확보했다 / 출처=IT동아
또 다른 차별점은 밀키트 포장 방식에 있다. 일반 밀키트는 플라스틱 용기 위에 비닐 포장을 씌우는 형태가 주를 이룬다. 가장 무난한 방식이지만, 보관 방식에 따라 밀키트 용기 내에 습기가 생긴다. 부피도 커 대량 보관도 어렵다. 반면, 송쭈집 주꾸미볶음 밀키트는 진공포장 방식을 택했다. 비용이 많이 들어도 용기 내 습기가 발생하지 않고, 부피가 작아져 대량 보관에 유리하다. 송쭈집 주꾸미볶음 밀키트 500g 제품 두께가 일반 소설책 수준이라는 게 김민이 대표의 설명이다. 부피가 작기 때문에 냉동실 보관이 용이하다는 장점 때문에 대량 구매 소비자 비중이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진공포장 방식을 채택한 이유에 대해 김민이 대표는 “프리미엄을 강조하기 위한 요소 중 하나지만, 한편으로는 ESG 경영을 위한 밑그림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예로 일반 플라스틱 용기로 제공되는 밀키트는 용기와 포장을 각각 분리해 버려야 된다. 하지만, 송쭈집 주꾸미볶음 밀키트는 종이와 포장만 남는다. 불필요한 포장에 의한 환경오염을 최소화하자는 김민이 대표의 생각이 제품에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부피가 작기에 눈에 띄는 디자인 패키지를 적용했다. 주꾸미 캐릭터를 제작해 친근함을 부여하고 밝은 색상과 대비되는 글자를 배치했다. 내용물과 소비기한을 볼 수 있는 영역도 있다. 시인성과 해외 진출 등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다.
송쭈집 브랜드 해외 진출로 K-푸드 르네상스 이루고 싶어
온쿡컴퍼니의 고민은 재료 수급과 비용 변동성 등 식품 분야가 겪을 수밖에 없는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김민이 대표는 국산 재료를 고집하다 보니 작황에 따른 가격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포장에 쓰이는 비용도 마찬가지다. 진공포장에 필요한 일부 수입 자재는 환율 영향을 받는다. 고환율 상황이 지속될 경우, 운영 부담감이 커진다. 대기업이라면 다양한 방법으로 비용 변화에 대응할 수 있지만, 스타트업은 유연하게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김민이 대표도 재료 수급 다변화를 통해 어려움을 최대한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온쿡컴퍼니가 어려운 국내외 상황을 딛고 꾸준히 성장이 가능했던 데에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지원이 있었다. 밀키트의 유통 판로 확장 외에 컨설팅과 계약 진행에 필요한 법률 자문에도 도움을 줬다. 김민이 대표는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찾아서 공유하고 최대한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기업이 성장 가능한 발판을 마련해 준다는 느낌입니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지원이 없었다면 온쿡컴퍼니가 국내외 시장에서 꾸준히 확장할 수 없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2025년 초부터 급하게 성장하는 게 아닌가 생각되지만,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하는 데 주력하고자 합니다. 열심히 투자하고 노력하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거라 믿습니다. 장기적인 목표는 인천을 대표하는 유망 중소기업이 되는 겁니다.”
온쿡컴퍼니는 양적ㆍ질적 성장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2025년 하반기 중에 송쭈집 브랜드로 중국 진출에 나선다. 호주 진출 논의 및 육류 섭취가 제한적인 중동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준비도 계획하고 있다. 김민이 대표는 “송쭈집 브랜드로 K-푸드 르네상스를 이루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시작해 송쭈집 브랜드를 성장시킨 것만큼, 모든 임직원과 함께 성장하는 데 힘쓰고 싶다는 점을 강조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