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칼럼]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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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만 둔 지도자는 실패, 인격 갖춰야
무지는 발전 저해, 역사 속 과업 알아야
정치는 수단, 통치를 목적 삼아선 안 돼
인간애-자유민주 선도할 때 참지도자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우리는 11명의 대통령을 두고 70여 년의 나라 살림을 해왔다. 그중 국민에게 존경받고 성공한 대통령은 몇 사람이었을까.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은 업적에선 훌륭했으나 그들과 같은 말년을 누구도 원치 않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스스로 만족스럽고 모범적인 5년을 보냈다고 자찬하지만 무엇을 남겼는지 국민은 알지 못한다. 그래도 김영삼(YS),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기억에 남는다. 정치적 역량은 DJ가 높았으나 정의감과 청렴성은 YS가 존경스러웠다. 그렇다면 실패한 대통령이 더 많았다는 결론이 된다.

앞으로는 어떤 대통령을 기대하는가. 대통령은 국민과 함께 살다가 선출되는 것이기에 인격적으로 결함이 크거나 선량한 국민 이하의 지도자는 자격이 없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존경할 만한 인격은 타고난 것이 아니다. 노력해서 얻은 사회적 선물이다. 지도자가 타고난 본성인 성격을 조절하지 못하고 본능적 욕망에 빠지거나 권력의 노예가 되면 함께 일할 동료를 이끌어가지 못한다. 그래서 존경스러운 친구가 많은 지도자는 성공하지만 부하(部下)만 있는 지도자는 실패하게 된다. 대학 공동체도 그렇다. 존경받는 교수를 이끌어가는 총장은 성공과 사회적 기여도 할 수 있으나, 내 행정에 따르기를 요구하는 총장은 실패하는 것이 공동체 규범이다.

지도자의 무지는 사회악을 남긴다. 특히 고정관념이나 선입관의 노예인 사람은 국가와 공동체의 성장과 발전을 저해한다. 여기서 무지는 높은 수준의 상식과 지도자다운 식견을 갖추지 못한 것을 뜻한다. 솔직히 표현한다면 지도자는 세계 속에서 한국을 살필 수 있고, 역사의 과정 안에서 내가 처해 있는 과업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우물 안 개구리는 버림받게 되고, 물오리가 돼 이 논 저 논 날아다니는 식견과 위상으로는 지도자가 못 된다. 모든 문제를 전체적으로 관찰하며 역사적 흐름을 깊이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공산주의자나 종교적 신앙의 울타리 안에 머무는 사람들, 자신의 신념을 절대적 진리로 착각하는 지도자는 사회에 병을 유발한다. 공동체의 미래지향적 발전과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 열린 사회와 공존의 가치와 질서를 찾아 이끌어가는 것이 지도자의 사명이다.

정치 지도자의 가장 위험한 발상은 정치 그 자체가 공동체 삶의 궁극적 목표라는 관념이다. 정치는 더 높고 고귀한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과 과정이다. 국민 성장을 위한 교육, 문화적 창조에 따르는 정신과 예술적 풍요로움, 소외된 계층을 위한 경제와 보건의 향상 등이 지도자의 공통된 의무이면서 정치의 궁극적 목적이다. 정치를 목적 삼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통치자로 자처하게 된다.

지도자 개인과 소수의 집단을 위한 정치는 배제돼야 한다. 지도자는 어떤 사람인가. 내가 소속된 공동체를 위한 봉사자다. 그 공동체가 국가인 경우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어떤 봉사를 했는가에 따라 평가받는다. 자신의 명예, 권력, 소유를 위하는 지도자는 버림받아야 한다. 우리가 도산이나 인촌을 존경하는 이유는 자신보다 유능한 동료를 앞세우며 뜻을 같이하는 후진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범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삶의 가치와 의미가 무엇인지 깨닫고 실천해야 한다. 진실을 버리고 거짓을 택하는 사람, 대화와 협력을 배제하고 폭력을 일삼는 지도자, 선한 목적을 제시하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인은 지도자가 못 된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에 그런 사회악의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은 국민을 수단과 방법의 도구로 삼는 범죄자가 된다.

정치인도 정치 이전과 이후에는 국민의 한 사람이다. 인간다운 가치와 의미를 위해 노력하는 인간 중 하나다. 그렇기에 정치인도 인간의 도리를 지키면서 성장하는 의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휴머니즘 가치는 역사와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영구한 의미를 지닌다. 진실과 정직, 정의와 공정, 양심의 자유에 따르는 선의 가치, 이 모든 것을 완성시키는 인간애와 인간 존엄성을 공유하는 노력과 질서가 궁극적인 가치와 목표다. 그 목적을 달성시키는 정치적 최선의 방도가 민주주의다. 인권을 서로 존중하며 위하는 인간애의 길이다. 대통령제나 내각제도 공동체 구성원의 선택이다. 개인의 자유와 창조력을 앞세우는 자유민주나 선한 사회를 통해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회민주도 국민의 선택에 속한다. 그것이 3000년을 통해 터득한 휴머니즘의 길이다. 대한민국은 그중에서 자유민주의 길을 택했다. 그 방향과 목적을 위해 국민을 선도하는 대통령이 우리의 지도자가 돼야 한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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