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으로 신뢰 얻으면 안 될 일도 가능…팬들 기대감 깨우쳐"
"문체부 요구 개선사항 인지…화합·협력해야 할 부처"
"U-23 대표팀 감독, 주내 선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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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김승희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가 21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축구협회는 지난 4월 35년간 대전 코레일에서 활약한 김승희 감독을 전무이사로 전격 발탁하며 정몽규 회장 체제 새 집행부 구성을 완료했다. 2025.5.21 cityboy@yna.co.kr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한국 축구 행정 실무를 총괄하는 김승희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는 첫 공식 석상에서 '소통'과 '팬 눈높이'를 거듭 강조했다.
김 전무이사는 21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가진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소통을 통해서 신뢰를 얻으면 안 될 일도 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소통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 따라갈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지난달 9일 선임된 김 전무이사가 처음으로 기자들 앞에 앉은 자리였다.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은 4선 체제 집행부를 꾸리면서 '무명 축구인'인 김 전무이사를 발탁해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김 전무이사는 1990년 실업축구 철도청(현 대전 코레일)에 입단한 뒤 36년 동안 한 팀에서만 선수, 코치, 감독을 지냈다. 국가대표로는 한 번도 뽑히지 못하고 '음지'에서만 활동해왔다.
그는 "지금까지는 승부사로 '우승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는데, 마지막으로 후반 15~20분 정도 되는 시기에 느낀 건, 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 만나는 사람들이 더 행복하게 축구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런 마음으로 마지막 20분을 뛰어보겠다. 특별한 건 없지만 '축구 사랑'으로 여기까지 온 점은 자부한다"고 말했다.
축구협회는 지난해 홍명보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의 공정성 논란, 정 회장 4선 도전 반대 여론 등으로 어지러운 시간을 보냈다.
정 회장 등 축구협회 인사들은 국회까지 불려 가 질타받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는 결국 법정까지 가 대립하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의 밑바탕엔 축구협회 행정을 향한 팬들의 '불신'의 시선이 자리한다. 이를 걷어내는 게 김 전무이사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다.
김 전무이사는 간담회 시작과 함께 5분여 동안 길게 모두발언을 했다.
▲ 현장과 소통 강화 ▲ 행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강화를 통한 신뢰 회복 ▲ 유소년 육성과 축구 산업 확장을 3대 과제로 꼽았다.
다음은 김 전무이사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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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김승희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가 21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축구협회는 지난 4월 35년간 대전 코레일에서 활약한 김승희 감독을 전무이사로 전격 발탁하며 정몽규 회장 체제 새 집행부 구성을 완료했다. 2025.5.21 cityboy@yna.co.kr
-- 외람된 질문일 수 있지만, 코레일에서 선수, 지도자로 활동한 점 외에는 자세한 이력을 알지 못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 한 직장에서 원클럽맨으로 살아왔다. 구체적으로 다른 설명할 부분은 없다. 외부에서는 한 곳에서만 선수, 지도자로 36년 활동한 게 특별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좀 더 거슬러 생각해보면 난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했다. 특별함보다는, 오래, 항상 꾸준하게 내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꾸준함 속에서 축구를 통해 내 삶을 살며 사람들을 만나왔다. 지금까지는 승부사로 '우승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는데, 마지막으로 후반 15~20분 정도 되는 시기에 느낀 건, 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 만나는 사람들이 더 행복하게 축구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런 마음으로 마지막 20분을 뛰어보겠다. 특별한 건 없지만 '축구 사랑'으로 여기까지 온 점은 자부한다.
-- 전무이사는 한국 축구를 기획하고, 끌고 나가야 할 중요한 포지션이다. 월드컵 스타도 아니고 국가대표 출신도 아니다. 어떤 리더십으로 축구협회를 이끌 것인가.
▲ 소통을 통해서 신뢰를 얻으면 안 될 일도 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축구계는 팬, 국민들에게서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에 앞서서 축구협회가 지도자, 선수들, 행정가들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 나 개인의 영달이 아닌 축구계 전체 발전을 위한 마음가짐으로 다가선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축구협회 직원들은 능력 있고 열심히 일한다. 현장엔 노력하는 지도자들이 많다. 단지 팬들 눈높이에 조금 미흡한 부분이 있다.
-- 문체부와 갈등은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 문체부 담당자들과 몇 번 소통했다. 그분들이 요구한 축구협회 개선사항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미숙한 부분이 있었지만, 소통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 따라갈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크게 염려 안 하셔도 된다. 문체부와의 소송과 관련한 부분은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됐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다음 주에 또 만날 거다. 정확히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확인하고, 의논하겠다. 문체부는 화합하고 상호 협력해야 하는 부처다. 잘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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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김승희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가 21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축구협회는 지난 4월 35년간 대전 코레일에서 활약한 김승희 감독을 전무이사로 전격 발탁하며 정몽규 회장 체제 새 집행부 구성을 완료했다. 2025.5.21 cityboy@yna.co.kr
-- 팬들의 눈높이가 아주 높다. 대표팀 성적, 공정성에 대한 기준이 높아졌다.
▲ 축구는 스포츠인 만큼 당연히 공정성은 중요하다. '팬들은 시속 100㎞로 달리는데 체육 종목단체는 그에 못 미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행정 하시는 분들이 능력이 없거나 일을 안 하는 건 아닐 거다. 내부 사정을 모르는 팬들 입장에선 늘 기대감이 있는데, 일만 열심히 하다 보면 그런 걸 놓치곤 한다. 그 기대감이 뭔지 잘 깨우쳤으니, 더 속도를 맞추도록 하겠다.
-- K3리그 현장에 있으면서 가장 고쳐야 할 점으로 생각해온 게 있나.
▲ 밖에서 건설적인 비판을 했던 사람으로서 아직 짧지만, 축구협회 안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는데, 기본적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은, 행정에서는 의사가 올바르게 전달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야 행정이 (의도 대로) 올바르게 펼쳐진다. 내가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축구인들이 쓰는 단어, 어감을 잘 이해한다. 그간 (축구협회의 행정 취지와) 현장에서 받아들이는 해석의 간극이 있었다. 잘 전달해야 하는 부분에 미흡한 게 있었다. 우리가 운동선수 출신이라, 함축적으로 빙빙 돌려서 얘기하는 거에 익숙하지 않다. 직설적이다. 전무로서 현장에 다가가서, 심도 있게 대화를 나누면 오해를 풀고 이해도 구할 수 있다.
-- 유소년 육성과 관련해 재임 기간 해내고 싶은 과제는 무엇인가.
▲ 유소년 육성은 '보이지 않는 뿌리'라고 생각한다. 안 보이다 보니 소홀해지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려면 뿌리가 튼튼해야 한다. 유소년팀이 학교 운동장 사용하는 부분, 대회에 출전하는 부분, 경기 경험을 쌓게 하는 부분 등 여러 면에서 어려움이 많더라. 외국의 선진 프로그램을 그대로 뿌리 내리게 하는 것도 어려운 게 있는 걸로 보인다. 하루아침에 옳다 그르다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일단 듣는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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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김승희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가 21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축구협회는 지난 4월 35년간 대전 코레일에서 활약한 김승희 감독을 전무이사로 전격 발탁하며 정몽규 회장 체제 새 집행부 구성을 완료했다. 2025.5.21 cityboy@yna.co.kr
--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 선임이 늦어지고 있다.
▲ 회장 선거가 두 달 늦어지고, 집행부 구성에도 한 달 이상 걸렸고, 그러다 보니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 선정도 늦어졌다. 그렇다고 급하게 진행하면 (공정한 절차에)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대회를 앞둔 만큼, 신속하게 선임하겠다. 마지막 절차가 남았다. 이번 주 안에 선임 발표가 있을 거다.
-- 원래 축구협회 전무이사는 행정을 총괄하는 자리인데, 이번 집행부 조직을 보면 기획 행정 부문의 이용수 부회장이 있다. 교통정리가 돼 있나.
▲ 교통정리는 원래 돼 있었고, 내가 늦게 선임된 것이다. 이 부회장이 선배이다 보니까 내가 오기 전 진행해야 할 업무를 좀 해줬다. 전무이사가 모든 부분을 총괄하고 책임을 지는 자리다. 이 부회장은 내가 부족한 부분을 도와주고 조언해 주는 자리다. 신뢰받으면서 일 해나가고 있다.
ah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5월21일 12시19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