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시절을 서독에서 보낸 나에게 ‘냉전’이라는 단어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국가 경제는 이미 파산하고, 동유럽 곳곳에서 민주화 운동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당시 구소련은 최첨단 중거리 핵미사일 SS-20을 동유럽에 배치하기 시작한다. SS-20에 대한 대응으로 NATO는 핵탄두를 탐재한 퍼싱-2 전술 미사일을 서독에 보내면서, 수십 년 동안 유지되던 ‘냉전’이 진짜 전쟁으로 확장되는 분위기였다. 핵전쟁 억지용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는 달리 중거리 전술 미사일은 실질적 전쟁에서 사용 가능하니 말이다. 우리는 절대 서른 살을 경험할 수 없을 거라는 이야기가 학교에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김대식의 미래 사피엔스] [74] 기술 냉전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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