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불펜-수비 문제 딛고 7이닝 승리 "남다른 각오로 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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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과 '레전드 맞대결'에서 승리…"라이벌 아닌 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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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투하는 김광현

(인천=연합뉴스) 임순석 기자 = 1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SSG 랜더스의 더블헤더 2차전. 7회 초 SSG 선발 김광현이 역투하고 있다. 2025.5.11 soonseok02@yna.co.kr

(인천=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SSG 랜더스의 좌완 투수 김광현(36)은 지난 시즌 31차례 선발 등판 경기 중 단 한 경기에서 7이닝을 책임졌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돌아온 2022년 10차례, 2023년 6차례 7이닝 이상을 소화했던 김광현은 세월의 흐름을 이겨내지 못하는 듯했다.

올 시즌에도 그랬다. 1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더블헤더 2차전 홈 경기 전까지 7이닝 이상을 책임진 경기는 없었다.

최근 4경기에선 모두 패전 투수가 됐다.

그러나 김광현은 팀이 가장 필요한 순간에 힘을 냈다.

그는 이날 KIA전에서 7이닝을 1피안타(1피홈런) 1볼넷 7탈삼진 1실점으로 틀어막으며 팀의 5-1 승리를 이끌었다.

최고 구속 148㎞의 직구(30개), 143㎞의 슬라이더(35개), 낙차 큰 체인지업(20개)과 커브(11개) 등 다양한 구종을 골고루 섞어 던지면서 전성기 못지 않은 호투를 펼쳤다.

사실 이날 경기 여건은 좋지 않았다.

SSG는 더블헤더 1차전에서 필승조 김민, 노경은, 조병현을 모두 소모해 불펜이 바닥을 드러낸 상태였다.

내야 수비도 헐거웠다. 주전 포수 이지영은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고, 부상에서 회복 중인 주전 3루수 최정과 더블헤더 1차전에서 뛴 김성현도 수비를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김광현은 무거운 책임감을 이겨내고 시즌 최고의 피칭을 펼쳤다.

그는 1회 1사에서 김선빈, 김도영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냈고 2회엔 최형우, 변우혁, 이우성을 세 타자 연속 삼진 처리했다.

3회엔 정해원의 타구를 3루수 김수윤이 송구 실책하면서 출루를 허용했으나 후속 타선을 잠재웠다.

0-1로 밀린 5회에도 선두 타자 이우성을 김수윤의 실책으로 내보냈으나 실점하지 않았다.

마치 흔들리지 않는 소나무처럼 마운드를 굳건하게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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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는 김광현

(인천=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SSG 랜더스 김광현이 1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더블헤더 2차전 홈 경기에서 승리한 뒤 인터뷰하고 있다. 2025.5.11. cycle@ync.co.kr

경기 후 만난 김광현은 "더블헤더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남다른 각오로 마운드에 올랐다"며 "1차전에서 불펜 소모가 많았기에 최대한 긴 이닝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잇따른 수비 실책 상황에서도 실점하지 않은 상황에 관해선 "최근 주전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젊은 선수들이 경험을 쌓고 있다"며 "실책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젊은 내야수가 실책한 상황에서 내가 실점하면 그 선수는 큰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선 꼭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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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선발 투수 양현종

(인천=연합뉴스) 임순석 기자 = 1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SSG 랜더스의 더블헤더 2차전. KIA 선발 투수 양현종이 역투하고 있다. 2025.5.11 soonseok02@yna.co.kr

이날 경기는 동갑내기 '라이벌' 양현종과 선발 맞대결로도 이목을 끌었다.

양현종은 5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다 6회 1실점 한 뒤 1사 1,2루 위기에서 강판됐다.

이후 KIA는 불펜 투수들이 줄줄이 흔들렸고, SSG 타선은 이를 놓치지 않고 대량 득점에 성공하면서 경기를 뒤집었다.

김광현은 승리투수가 됐고, 양현종은 패전투수가 됐다.

두 팀을 대표하는 두 투수가 선발 맞대결을 펼친 건 통산 9번째로, 김광현은 3승(5패)째를 거뒀고 양현종은 (4승)3패째를 기록했다.

KBO리그 역대 최다승 3위를 달리는 김광현은 172승(103패)을 거둬 이 부문 2위 양현종(180승 121패)을 8승 차이로 추격했다. 1위는 송진우(은퇴·210승)다.

김광현은 "(양)현종이와는 같이 늙어가고 있다"며 웃은 뒤 "라이벌보다는 동지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종이도 그렇고, (류)현진(한화 이글스)이 형도 그렇고, 좋은 모습을 계속 이어갔으면 한다"라며 "서로가 있기에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잘 하는 것 같다. 매일 현진이형, 현종이의 경기 내용을 보고 있는데 오래오래 잘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평생 전성기 때처럼 잘할 순 없겠지만, 우리 모두 한 계단 한 계단씩 천천히 내려갔으면 한다"며 "우리 세 명 모두 팬들에게 오래오래 기억되는 투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광현은 아직 류현진과 선발 맞대결을 펼친 적은 없다.

김광현은 선발 로테이션대로라면 17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한화와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류현진은 18일 경기에 등판할 가능성이 있는데, 우천 등 날씨 영향으로 로테이션이 변하면 두 선수의 선발 맞대결이 펼쳐질 수도 있다.

김광현은 "류현진 형과 맞대결이 부담스럽진 않다. 성사되면 의미가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cycl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5월11일 22시09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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