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의 AI전략노트] 〈12〉국방 군수분야에도 AI 활용이 시급하다

1 month ago 14
김경진 전 국회의원김경진 전 국회의원

미군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군수관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무엇보다 보급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미군의 AI 기반 수요 예측 시스템은 혁명적이다. 경험과 직감에 의존해 필요량을 예측하는 대신, AI가 수십만개의 변수를 동시에 분석해 수요를 예측한다. 전투기 부품부터 일반 의료용품까지, 언제 어디서 무엇이 얼마나 필요할지 미리 알 수 있게 됐다. 과거 소비 정보, 가동 시간, 정비 기록은 물론 훈련 계획, 날씨 예보, 심지어 뉴스 기사까지 모든 정보를 종합해 분석한다.

미육군은 IBM과 협력해 'Stryker' 장갑차로 진행한 시범사업에서 차량의 센서 데이터와 정비 기록을 분석해 부품 고장 가능성을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정비 계획을 수립했다. 이 접근법을 통해 불필요한 부품 교체를 줄이고 정비 효율을 높이는 효과를 거뒀다.

조달 과정의 자동화도 눈에 띄는 변화다. AI는 재고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구매 요청을 생성하고, 최적의 공급업체를 선정해 주문서까지 작성한다. 납품 실적, 품질 평가 결과, 가격, 납기 준수율, 재무 상태 등 다양한 기준을 분석해 가장 적합한 업체를 찾는다. 계약서를 분석해 잠재적인 위험 요인를 추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조달 부정행위도 탐지한다. AI 알고리즘이 조달 데이터를 분석해 정상 패턴에서 벗어나는 이상 징후를 감지한다. 비정상적인 가격이 책정되거나 중복 주문이 발생하거나 의심스러운 거래 패턴이 발견되면 경고를 발령한다. 조달 투명성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군수물품이 생산되는 순간부터 고유한 디지털 아이디를 만들어 이동 경로와 상태 변화를 투명하게 기록한다. 제조업체, 운송 회사, 중간 창고, 보급 부대 등 수많은 주체를 거치는 복잡한 공급망에서도 추적이 가능하다. 가짜제품 유통이나 불법 유출도 차단할 수 있게 됐다.

미 공군의 PANDA 프로젝트는 혁신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전투기에 탑재한 자동 정보체계는 엔진과 각종 장비의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수명과 고장시기를 예측한다. 예측과 동시에 필요한 부품과 정비 인력까지 자동으로 준비한다. AI가 특정 엔진 부품의 교체를 계획하는 순간, 시스템은 미군 기지의 창고를 뒤져 해당 부품의 위치를 파악하고, 가장 빠른 운송 계획을 세우며, 심지어 그 부품을 교체할 수 있는 숙련된 정비사가 그 기지에 있는지까지 확인한다.

원격 진단 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스마트 안경을 착용한 현장 요원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해당 기계 전문가로부터 실시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복잡한 배선도나 3D 부품 구조도가 홀로그램처럼 눈앞에 나타나며, 마치 투명 인간이 된 것처럼 장비 내부 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다. 몰입형 3D 환경에서 유지보수 훈련도 받을 수 있다.

인력, 장비, 예산의 배분은 AI의 중요한 활용 분야다. 수십만 명의 병사, 수만 대의 장비, 천문학적인 예산을, 언제 어디에 어떻게 배치할지 결정하는 복잡한 문제를 AI가 조언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800개 이상의 AI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상당수가 자원 배분 최적화와 관련돼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국방의 양상 자체를 바꾸고 있다. 똑똑한 보급 체계가 곧 전투력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사례는 우리 군에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리도 국방개혁 4.0을 통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미국의 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AI 군수 체계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AI가 바꾸는 군수 혁명의 물결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과감한 투자와 혁신이 필요한 것은 불문가지다.

김경진 전 국회의원 2016kimk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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