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강형석 기자]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식품 중 하나로 손꼽히는 초콜릿. 특유의 풍미와 달콤함을 앞세워 식음료부터 제과ㆍ제빵 등 다양한 분야에 널리 쓰인다.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마크엔텔 어드바이저스(MarkNtel Advisors)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초콜릿 시장 규모는 1307억 2000만 달러(약 178조 8642억 원)에 달한다. 또한 2025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 4% 수준을 유지하는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타 시장조사기업의 자료도 수치에 차이가 있으나 글로벌 초콜릿 시장이 장기적인 성장 추세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시장의 인기와 달리 글로벌 초콜릿 시장은 위기를 맞고 있다. 초콜릿의 핵심 원료인 카카오의 수급이 원인이다. 남미와 아프리카 등 일대 열대 기후에서 자라는 카카오는 생산량 대부분이 아프리카와 브라질 등 일부 국가에 집중되어 있다. 카카오 생산과 재고가 감소하면 시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붉게 표시된 지역이 카카오 생산 국가들. 카카오 생산 국가 대부분은 기후 변화로 생산량 감소세에 진입했다 / 출처=국제코코아기구(ICCO)
생산량 감소는 현재진행형이다. 국제코코아기구(ICCO) 자료에 따르면 2023-2024년도 카카오 총생산량은 436만 8000톤으로 2022-2023년도 생산량 501만 6000톤 대비 12.9% 감소했다. 카카오 재고는 176만 4000톤(2022-2023년도)에서 127만 톤(2023-2024년도)으로 28% 감소했다.
2023년을 기점으로 코트디부아르, 가나 등에서 코코아 생산량이 감소 추세인 것이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기후 변화와 병충해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 세계 카카오 유통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가나의 사정은 심각하다. 카카오 재배 지역 다수가 검은 꼬투리 병(Black Pod Disease)에 걸려 카카오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검은 꼬투리 병은 카카오 열매에 발생하는 곰팡이성 질병으로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ICE의 코코아 선물 가격 추이. 2023년을 기점으로 코코아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 출처=트레이딩뷰
전 세계 카카오 생산량 감소는 구매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실제 미국 다국적 금융 서비스 기업인 인터콘티넨털익스체인지(ICE)의 코코아 선물 가격은 1톤당 9300 달러(2025년 6월 18일 기준, 약 1274만 원)다. 2025년 1월에 기록한 1만 1593 달러(약 1575만 원)보다 하락했지만, 2023년 최저가인 2569 달러(약 349만 원) 대비 3.5배 가량 상승한 가격이다.
원료 구매 단가 상승은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제조사는 제품 단가를 높이거나 원료 함유 비율을 낮춰 비용을 유지하는 등 손실을 보지 않는 방법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제품 가격 유지를 위한 고육책으로 제품 용량을 줄이기도 한다. 어느 쪽이건 소비자에게 이득은 아니다.
카카오의 빈자리 HN노바텍의 ‘에카오(ECAO)’가 채운다
초콜릿 원재료인 카카오 가격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업계는 카카오 대체재에 눈을 돌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에 초콜릿 풍미 구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와 환경 문제 해결에 동참한다는 긍정적인 영향도 카카오 대체재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카카오 주요 생산 지역인 서아프리카는 카카오 농장 확대를 목적으로 열대우림을 파괴하고 있다. 전 세계 카카오 생산량 중 60% 이상을 차지하는 코트디부아르와 가나는 삼림 벌채가 심각한 국가로 꼽힌다. 열대우림 면적이 줄면 동식물 서식에 영향을 주고 기후 변화를 가속한다. 카카오 대체재는 생태계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수단이 되는 셈이다.
카카오의 지속 가능성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대체 원료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 출처=셔터스톡
대체 카카오는 대부분 지중해산 콩과 식물인 캐롭(Carob), 해바라기씨, 귀리 등을 볶아 만든다. 하지만 실제 카카오 풍미와는 거리가 있어 시장에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하고 소수만 즐기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가운데 국내 대체식품 소재 전문 스타트업인 HN노바텍이 실제 카카오와 풍미가 유사한 대체 카카오를 제안해 주목받고 있다.
HN노바텍은 대체 카카오 브랜드 ‘에카오(ECAO)’로 초콜릿 원료 시장 공략에 나선다. 에카오는 친환경을 뜻하는 에코(ECO)와 카카오(CACAO)를 합성한 단어다. 환경과 카카오의 맛을 지키고 싶은 HN노바텍의 생각이 반영됐다.
에카오는 재료에서 필요한 요소만 추출, 조합해 전혀 다른 식재료를 재현하는 ‘구성요소 모방 기술(Ingremimetics)’이 적용됐다. 품질이 현저히 낮은 단순조합방식 또는 안전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화학 합성 방식과 구별되는 혁신 기술이다.
카카오 풍미를 결정하는 화학성분은 300종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카카오 풍미를 구현하는 대체 카카오 개발은 장기적 과제라는 평이 많았다. HN노바텍은 치커리 뿌리, 기장 등 농산물에서 식감을 구현했다. 카카오 풍미는 타임, 호로파 씨앗 추출물 등을 조합했다. 코코넛오일, 카놀라유 등은 유지성분 구현에 쓰인다.
카카오 생산 공정. 에카오는 초콜릿 가공 주재료인 카카오 파우더와 카카오매스 형태로 구현 가능하다 / 출처=셔터스톡
구성요소 모방 기술로 만든 에카오는 초콜릿 가공 주재료로 쓰이는 카카오 파우더와 카카오매스(Cacaomass) 형태 모두 구현 가능하다. 카카오매스는 카카오콩을 가공한 후 압착해 반죽화한 것이다. 카카오매스에 카카오버터, 분유, 당류 등을 조합하면 우리가 섭취하는 초콜릿이 된다. 카카오매스를 압착 분리해 핫초코(카카오 파우더)를 만들거나 화이트초콜릿(카카오버터)을 만들기도 한다.
에카오는 영양 측면에서도 강점을 갖췄다. HN노바텍의 자료에 따르면 에카오의 100g 기준 칼로리(Kcal)는 440Kcal로 카카오 가루보다 76Kcal 높지만 카카오매스 대비 171.8Kcal 낮다. 하지만 지방, 탄수화물, 당류는 적고 단백질 함량은 많다. 에카오에는 카페인이 없어 같은 초콜릿이라도 상대적으로 건강하다.
초콜릿의 중금속 오염 문제로부터도 자유롭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미국 소비자 매체 컨슈머 리포트(Consumer Reports)가 지난 2022년 시중의 초콜릿 제품 28개를 조사한 결과, 23개 제품에서 카드뮴과 납이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검출됐다. 컨슈머 리포트는 2023년에 초콜릿 제품 48개로 규모를 확대해 재조사를 진행했는데 16개 제품에 여전히 중금속 함량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 브랜드, 공정무역, 유기농 제품 여부와 무관하게 카카오 함량이 높은 다크 초콜릿일수록 중금속 함량도 높았다. 카카오 자체가 생산지의 오염된 토양과 대기로부터 중금속에 노출된 탓이다. 에카오는 통제된 생산 공정을 거치기에 유해 물질에서 자유롭다. 안전하고 건강한 식품을 찾는 소비자 관점에서 에카오는 매력적인 소재다.
대체 카카오 적용 확대는 현재진행형
초콜릿 업계는 대체 카카오를 활용한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영국 윈윈(WNWN)은 캐롭, 귀리, 발효 보리, 해바라기 레시틴 등을 활용한 대체 초콜릿을 선보인 바 있다. 독일 플래닛-에이(Planet A Foods)은 귀리, 해바라기씨 등을 쓴 대체 초콜릿 제품을 출시한 상태다. 하지만 맛과 가격 측면에서 기존 초콜릿 대비 경쟁력이 낮다는 평이다. 대체 카카오 원료 비용이 일반 카카오와 차이가 없어서다.
반면 에카오는 저렴한 비용을 무기로 내세웠다. HN노바텍은 기존 대체 카카오 대비 약 50% 이상 비용을 낮춰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대비 저렴한 에카오를 활용하면 초콜릿 업계는 안정적인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해외 초콜릿 가공 제품 생산, 원료 유통 기업이 에카오에 관심을 두는 이유다.
HN노바텍은 에카오로 해외 유명 초콜릿 제조 기업과 협력 논의를 확대하고 있다. 일부는 샘플을 활용해 내부 테스트를 진행 중이고 테스트를 마무리한 기업은 공급 협력 체결을 앞두고 있다. 협력 확대는 대체 식품 소재의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HN노바텍 측은 “한 다국적 기업에 1차 수출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는데, 이는 대체 식품소재의 첫 해외 수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독일의 한 기업과는 장기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HN노바텍의 에카오를 첨가한 연세유업 마카다미아 초코우유(좌), 피스타치오 초코우유(우) / 출처=연세유업
에카오를 쓴 상품 일부는 시장에 판매되어 소비자를 만났다. 연세유업이 개발한 ‘피스타치오 초코우유’와 ‘마카다미아 초코우유’가 대표적이다. 한 국내 아이스크림 제조사는 에카오를 첨가한 아이스크림을 출시했다. 에카오로 풍미를 살린 초콜릿 제품도 출시됐다.
우리나라는 식품법에 따라 초콜릿 가공품으로 판매하려면 코코아 고형분을 일정 함량 함유하고 초콜릿 제조 공정을 거쳐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에카오만으로 초콜릿 상표를 적용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카카오와 에카오를 함께 적용해 풍미와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는 추세다. 반면, 코코아 함유에 제약이 없는 해외는 순수 에카오로 만든 초콜릿 가공품을 쉽게 접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HN노바텍은 에카오 생산량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양희 HN노바텍 대표는 “카카오가 앞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카카오 대체 원료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전 세계 식품 업계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HN노바텍은 에카오 생산량을 확대해 전 세계 대체 카카오 원료 시장을 선점하고 차기 대체 원료 개발에도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