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가는 프랑스 파리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하층민과 중산층 여성의 일상을 묘사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 특히 발레리나를 많이 그렸는데, 1880년부터 발레를 주제로 무려 200여 점의 작품을 제작했다. 이 중 무대 위 장면은 50여 점뿐이다. 그가 관심을 가진 건 무대 뒤에서 기다리거나 연습 중인 무희들의 일상이었다. 성공을 위해 고통을 참으며 연습하고 인내하는 어린 무용수들의 모습을 포착해 그렸다. 무대 뒤에는 위험도 도사리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그 장소는 부유한 남성 후원자들에게만 허락된 곳이었다. 공연이 끝나면 가난한 집 딸들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나이 든 남성 후원자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 그림 속 소녀는 지금 발레 공연 오디션을 보러 왔거나 오디션 결과를 기다리는 걸로 보인다. 그녀 역시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이 자리에 왔는지도 모른다. 연습 때 다친 부위가 아직 낫지 않았는지 손으로는 발목을 마사지하고 있다. 옆에 앉은 중년의 여성은 소녀의 엄마로 보인다. 딸의 성공을 바라지만 그 과정의 고통을 알기에 표정은 굳었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 옷차림이다. 발레리나에게 부상과 통증은 숙명이다. 그래서인지 엄마는 아파하는 딸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다. 매정할 정도로.
기다림은 인내를 요구한다. 성공은 기다림과 인내 끝에 온다. 과연 어린 무희가 참고 기다리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까? 밝은 미래가 보장될까? 글쎄다. 엄마도 답답한지 손에 든 우산 끝만 바라보고 있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앞만 보고 견디라고 딸에게 말하는 것 같다.이은화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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