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현장의 지혜와 AI가 함께 여는 인사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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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석 인사혁신처장최동석 인사혁신처장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미국 록히드사는 독일군 전투기에 맞서 6개월 안에 신형 기체를 개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수석 엔지니어 켈리 존슨은 소수 정예 기술자를 모아 기존 절차에 구애받지 않고 설계와 제작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현장에서 문제를 신속히 해결했다. 그 결과 XP-80 시제기를 143일 만에 완성했다. '스컹크 웍스(Skunk Works)' 이야기는 현장 중심의 자율성과 빠른 실행이 혁신을 이끄는 조직 혁신의 대표적 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인사혁신처도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A-CUBE(A3, AI×Analytics×Action)'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역량을 쌓아온 직원들이 현장 문제를 분석하고, 필요한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 해결해 보기로 했다. 현장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스스로 배우고 실험하며, 필요한 역량을 네트워크로 연결할 때 혁신은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했다.

A-CUBE 팀은 첫 과제로 중앙징계위원회 지원 업무 자동화를 선정했다. 그동안 담당자가 수작업으로 수행한 서류 확인, 자료 정리, 의결서 초안 작성 등 일련의 과정을 진단하고, 자동화하기 위한 AI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고 있다. 업무 정확성과 신속성을 높이고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국가AI 프로젝트 일환으로 GPU를 배정받아 '인사업무 특화 대규모언어모델(LLM)'도 개발하고 있다. 인사업무 특유 언어와 논리, 업무처리 방식을 학습한 인사처 AI의 '두뇌'라 할 수 있으며, 인사업무에 관한 한 챗GPT 같은 프런티어 AI보다 더 정확한 답변 산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국가대표AI)을 활용해 내부 인트라넷에서 운영돼 보안 측면에서도 안전하게 활용될 예정이다. 향후 인사처 AI 서비스 개발의 핵심 축으로 기능할 것이다.

인사행정 전반의 지능화를 위한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공모과제로 민간과 협업해 개발 중인 'AI 인사비서' 서비스는 승진, 보수, 복무 등 공무원 인사 관련 법령과 지침을 학습해 보다 정확하고 시의성 있는 해석을 제공한다. 인사업무 특화 LLM이 인사업무의 두뇌라면, AI 인사비서는 전문지식을 저장한 '기억 창고'에 비유할 수 있겠다.

이를 활용해 차세대 전자인사관리시스템(e사람)은 공무원 개인별 상황에 맞춘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며, 상시 성과관리와 모바일 복무 등 인사관리 전반의 지능화도 추진하고 있다. 국가인재데이터베이스 역시 맞춤형 인재 추천 및 인물정보 보고서 자동 작성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 이처럼 현장 혁신과 제도적 투자가 함께 맞물릴 때 인사행정은 사람을 관리하는 기능을 넘어 공직자의 성장과 공공조직의 혁신을 이끄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스컹크 웍스가 혁신의 표준이 된 것이 단지 신속함 덕분만은 아닐 것이다. 현장에서 직접 실험하고 실패를 수정하며 경험을 축적했고, 그것이 기업 경쟁력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AI 전환도 마찬가지다. A-CUBE처럼 각자가 현장의 작은 문제를 풀어내는 경험을 쌓고, 그 경험이 시스템을 바꾸고, 다시 더 큰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으로 확산되는 선순환 과정에서 진짜 AI 정부가 완성될 수 있다. AI와 현장의 지혜가 만날 때, 공무원은 보다 인간다운 판단과 국민을 위한 섬세한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는 진정한 인사혁신이 가능하다.

최동석 인사혁신처장 tschoe56@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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