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참여하고 싶은 콘텐츠가 확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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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틱톡코리아 운영 총괄정재훈 틱톡코리아 운영 총괄

콘텐츠가 확산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잘 만들어진 콘텐츠를 대중이 감상하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이용자가 직접 참여하고 변형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틱톡이 매년 진행하는 트렌드 분석에서 지난해 얻었던 네 가지 키워드가 이 변화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첫째, '목버스(MOCKVERSE)'다. 한 명의 크리에이터가 만든 가상 캐릭터나 설정에 팬이 직접 뛰어들어 세계관을 확장한다. 틱톡에서 화제가 된 '아미르' 밈이 대표적이다. 가상 배달원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에 수많은 이용자가 '아미르가 퇴사한 이후 이야기'를 직접 만들어 올렸다. 세계관 구축이 더 이상 거대 스튜디오 전유물이 아닌 시대가 된 것이다.

둘째, '스낵트립(SNACK TRIP)'이다. 여행 콘텐츠가 명소 소개에서 챌린지형 기획으로 변화하고 있다. '100원만 들고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처럼 여행을 게임처럼 설계하고, 이를 본 시청자들이 “나도 해볼까”라는 반응을 보인다. 핵심은 이 콘텐츠가 기획된 연출이 아니라 나와 가까운 누군가의 진짜 경험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셋째, '니치 피버(NICHE FEVER)'다. 소수만 알던 취향이 한 명의 크리에이터를 통해 해석되고 순식간에 트렌드가 된다. '귀멸의 칼날' 팬들이 인공지능(AI)으로 실사화 영상을 만들어 공유하고, 25년 전 발매된 파파야의 '내 얘길 들어봐'가 아이돌 커버를 계기로 다시 유행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과거 콘텐츠가 '다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놀이 재료로 '재발견'되는 것이다.

넷째, '스니펫 모드(SNIPPET MODE)'다. 이용자는 콘텐츠를 조각 단위로 해체하고 재조합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출처도 모르는 노래가 챌린지 BGM으로 쓰이며 수천 개 영상이 생성되고, 가사 의미를 해석하는 콘텐츠가 오히려 후속으로 따라붙는다. 맥락보다 직관적인 리듬과 참여 충동이 확산을 만든다.

이 네 가지 현상 공통점은 분명하다. 사람들은 더 이상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가지고 놀고 싶고, 참여하고 싶고, 나도 만들어보고 싶은 콘텐츠에 반응한다. 틱톡에서 갑자기 인기를 끌며 수만 개의 영상이 1억뷰가 넘는 반응을 이끌었던 '다이나믹 듀오'의 'AEAO'처럼, 챌린지들은 대부분 원곡 의미나 출처를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됐다. 중요한 것은 맥락이 아니라 '나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다. 완결된 작품을 감상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참여할 여백을 남겨두는 것. '이걸 보면 뭘 하고 싶어질까?'를 기획 단계에서 고민하는 것. 확산은 기획의 결과가 아니라 참여 결과다.

이러한 환경에서 크리에이터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크리에이터는 단순히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이 참여하는 '놀이의 시작점'을 여는 존재다. 하나의 밈, 하나의 챌린지, 하나의 세계관이 수만 명 참여로 이어지고, 그것이 다시 글로벌 트렌드가 된다. 올해 틱톡이 한국 콘텐츠 생태계에 5000만달러 이상 투자를 결정한 배경도 이 때문이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핵심 주체인 크리에이터가 한 층 더 성장할 때 콘텐츠 생태계 전체가 동반 성장한다는 확신이 이러한 결정을 이끌었다.

이 변화가 시사하는 바는 콘텐츠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상품 기획도, 마케팅 전략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어디에서 반응하는지, 무엇을 따라 하고 싶어 하는지, 어떤 요소에 참여 욕구를 느끼는지를 관찰하는 것이 기획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숏폼 플랫폼은 이러한 반응을 가장 빠르게, 가장 날것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트렌드를 읽으려면 트렌드가 시작되는 곳을 살펴야 한다.

한국 콘텐츠는 이미 여러 차례 글로벌 무대에서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흐름에 대한 이해와 과감한 실행이다. 완결된 작품을 만들려 하기보다 참여할 여백을 설계하고, 한국적 맥락을 숨기기보다 그것을 놀이 소재로 열어두는 것. 기획 단계부터 '이걸 보면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싶어질까?'를 고민하는 것이 확산의 시작이다.

정재훈 틱톡코리아 운영 총괄 jae.jung@tikt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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