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산업은 한국 경제의 숨은 엔진이다. 자동차·반도체·바이오 등 전략산업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춘 배경에는 고품질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온 석유화학이 있었다. 국내 제조업 전체에서 석유화학은 생산액 5위(약 111조원), 수출 4위(약 480억달러), 부가가치 5위(약 27조원)를 차지한다. 국내 100대 기업을 기준으로 한 경제 기여액은 312조원으로 정보기술(IT)·전자에 이어 두 번째다.
하지만 현재 석유화학은 글로벌 경기 둔화, 중국·중동발 공급 과잉, 탄소중립 압력이라는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기존 방식만으로는 생존이 어려워진 만큼 석유화학 사업 재편은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최우선 과제다.
석유화학 사업 재편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먼저 범용 설비의 과감한 합리화다. 범용 제품의 과잉 공급은 가격 경쟁을 심화시키며 수익성을 잠식한다. 중복 설비를 줄이고 공급 체계를 재정비해 시장 균형을 되찾아야 한다. 다음으로 고부가·스페셜티 제품으로의 전환이다. 반도체·바이오·친환경 산업에 필요한 고성능 전자재료, 의료·바이오용 특수 폴리머, 친환경·재활용 소재 등 기술 장벽이 높은 분야에서 수익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다행히 정부에서 지난 8월 발표한 ‘석유화학산업 재도약 추진 방향’은 이런 내용을 모두 담고 있다. 주요 석유화학기업 또한 자율협약을 통해 연 최대 370만t 규모의 나프타분해시설(NCC) 감축 등을 포함한 사업 재편안을 마련하기로 하는 등 정부와 합을 맞춰 나가고 있다.
사업 재편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민관이 원팀이 돼 2인3각 경기를 하듯 손발을 맞춰야 한다. 기업은 연구개발과 핵심 기술 확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설비와 인력을 재편하는 결단력 있는 사업 재편을 추진해야 한다. 정부 역시 세제·금융 지원, 규제 완화, 전문 인력 양성 등 기업의 사업 재편을 성공적으로 뒷받침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힘을 실어줘야 한다.
사업 재편의 타이밍도 중요하다. 석유화학산업이 직면한 작금의 위기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신속한 대응을 통해 사업 재편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울산화학단지를 방문해 기업 현장의 애로사항을 확인하고 신속한 사업 재편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표현했다. 이제는 기업도 구체적인 실행에 나서야 한다. 기업들 간 긴밀한 소통을 통해 사업 재편 계획을 구체화해야 하는 시점이다.
풍우동주(風雨同舟)라는 말이 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위기 상황에서 한 배를 탄 사람들이 서로 협력해 어려움을 극복한다는 의미다. 석유화학 사업 재편은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움직일 때 국가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 기반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

1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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