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가 마침내 로보택시 상용 서비스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LA와 오스틴 등 미국 주요 도시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구글 웨이모는 이미 LA에서 하루 15만건의 유료 승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중국 바이두의 아폴로고도 우한과 충칭에서 완전 무인 택시를 운영 중이다.
흥미로운 점은 각사의 접근법이 극명하게 갈린다는 것이다. 웨이모가 라이다와 레이더 등 값비싼 하드웨어를 총동원한다면, 테슬라는 카메라와 인공지능(AI) 기술만으로 승부한다. 특히 테슬라는 FSD V12부터 30만줄이 넘는 기존 코드를 버리고 '엔드투엔드' 신경망으로 전환했다. 하드웨어 의존도를 낮추고 AI 학습 능력에 베팅한 것이다.
이러한 AI 중심 혁신은 제조업에서도 뚜렷한 흐름이다. 독일 지멘스는 AI로 공장 운영을 최적화해 생산성을 20% 향상시켰고, 일본 화낙은 AI 기반 예측정비로 장비 다운타임을 30% 줄였다. 아마존은 창고에서 AI와 로봇의 협업으로 물류 처리 속도를 2배 이상 높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값비싼 하드웨어 증설보다 AI의 문제 해결 능력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의료 분야도 마찬가지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는 단백질 구조 예측이라는 50년 난제를 AI로 해결했다. 고가의 실험 장비로 수년이 걸리던 일을 AI는 며칠 만에 해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미 500개 이상의 AI 기반 의료기기를 승인했다. 이들 대부분은 기존 하드웨어에 AI 알고리즘을 더해 성능을 극대화한 사례다.
기업간거래(B2B) 자율주행에서도 AI가 핵심 기술이다. 글로벌 완성차는 AI를 기반으로 악천후 환경에서 자율주행을 구현하고, 군집으로 수십대 차량을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이는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이미 완성차 탁송 분야에서 완전 자율주행을 성공한 글로벌 기업도 있다. 서울로보틱스 역시 B2B 자율주행 난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세계는 AI로 산업 어려움을 해결하는 경쟁에 돌입했다. 영국은 AI를 활용해 전력망 효율을 10% 개선했고, 싱가포르는 AI 기반 교통 시스템으로 정체를 15% 줄였다. 네덜란드 농업 기업들은 AI로 수확량을 30% 늘리면서도 물 사용량은 절반으로 줄였다.
한국은 어디쯤 와 있는가? 반도체와 하드웨어 강국의 영광에 안주하며 로보틱스는 로봇 팔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문화다. 정작 로봇에 제일 중요한 AI 소프트웨어 혁신을 놓치고 있다.
엔비디아도 이제 로봇에 제일 중요한 것은 피지컬 AI라고 하고, 테슬라가 보여준 길도 명확하다. 더 비싼 하드웨어가 아니라 더 똑똑한 AI가 답이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지만, 함께하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헬렌 켈러의 말처럼, 이제 정부와 기업, 스타트업이 함께 AI 중심의 새로운 로보틱스 전략을 짜야 한다.
더 많은 한국 스타트업이 AI로 산업 현장의 난제를 풀어내길 바란다. 하드웨어 스펙 경쟁이 아닌,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AI 혁신이 답이다. 독일과 일본에 기술을 역수출하며 배운 교훈이다. 승리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 pr@seoulrobotic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