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데이터가 흐르지 않으면 에너지 전환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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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데이터가 흐르지 않으면 에너지 전환도 멈춘다

2021년 2월 미국 텍사스를 강타한 한파로 인해 풍력·가스·원자력 발전기가 잇달아 멈추면서 500만 가구가 영하의 추위 속에 며칠간 전기 없이 버텨야 했다. 전문가들은 “발전설비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대응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날씨와 설비 상태, 수요 데이터를 제때 집계하고 분석했다면 대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증가가 맞물린 현재, 전력계통은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AI가 효과적인 대응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결코 만능열쇠가 될 순 없다.

AI의 성과는 데이터, 알고리즘, 컴퓨팅 파워라는 세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할 때 비로소 나타난다. 아무리 정교한 알고리즘을 갖추고 고성능 인프라를 확보하더라도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면 AI는 반쪽짜리 기술에 그칠 수밖에 없다. 데이터는 AI의 연료이자 경쟁력의 원천이다. 공공이 보유한 에너지 데이터를 민간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는 것은 미래 에너지 전환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조건이다.

영국의 스마트미터 데이터 개방정책은 ‘크라켄(Kraken)’이라는 혁신적 플랫폼을 등장시켰다. 스페인은 ‘데이터디스(Datadis)’를 통해 배전회사 간 표준화된 정보연계로 민간 기업의 데이터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국내서도 유가정보 공개 플랫폼 ‘오피넷’이 소비자 편익을 높이고 시장 경쟁을 촉진했다. 이들 사례는 데이터 공유가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 등 에너지 공공기관이 보유한 전력 데이터의 잠재적 가치도 크다. 발전에서부터 송배전, 고객정보에 이르는 방대한 데이터는 전력수요 예측과 재생에너지 발전 최적화, 전기차 충전 인프라 효율화 등 에너지 신산업 전반의 AI 솔루션 개발에 핵심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한전은 단순한 데이터 공개를 넘어 AI 활용 중심의 개방형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데이터 표준화와 품질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고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마켓 플레이스와 데이터 안심구역 등 개방형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후테크 및 전력 데이터 관련 기업과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성공적인 데이터 생태계 구축을 위해선 개별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데이터 개방 의지나 기술적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기관 간 데이터 표준화, 데이터 활용 기업의 접근성 확보, 통합 보안정책 수립 등 법제도적 기반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너지 데이터 공유·활용 등을 위한 통합 관리 시스템 투자 비용을 마련하고 관련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 설계 등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라고 말한다. 그러나 원유와 달리 데이터는 나눌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공공이 데이터를 개방하면 민간은 혁신 서비스를 개발하고, 그 성과는 다시 국민의 편익과 전력망의 안정성으로 돌아온다. 데이터 개방은 에너지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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