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구 더존비즈온 공동대표(사장)인공지능(AI) 도입 예산은 늘었는데 현장은 바뀌지 않는다. 많은 기업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AI를 들여놓았을 뿐, AI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 해도 권한이 없고, 데이터도 없고, 프로세스도 모르는 조직에 던져 놓으면 성과를 낼 수 없다. AI도 다르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좋은 모델이 아니라 AI가 실제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다.
최근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AI 업계에서 '하네스 엔지니어링(Harness Engineering)'이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AI에게 무엇을 물을지, 무엇을 보여줄지를 설계하는 단계를 넘어 AI가 실제로 기업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운영 환경 전체를 설계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AI를 위한 일터를 만드는 작업이다.
기업 업무는 단순한 질의응답이 아니다. 프로세스가 있고, 데이터가 있고, 권한 체계가 있고, 협업이 있고, 검증이 있다. 이 복합 시스템 위에서 AI가 성과를 내려면, AI를 전사자원관리(ERP) 안에 집어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ERP 자체를 AI가 일하는 실행 플랫폼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경영자가 “이번 분기 손익을 분석해줘”라고 말했을 때를 생각해보자. 일반적인 AI는 교과서적인 답변을 내놓는다. 그러나 하네스가 설계된 환경은 다르다. ERP의 재무 데이터에 접근하고, 분석 로직을 실행하고, 검증 프로세스를 거쳐 실제 의사결정에 쓸 수 있는 보고서를 만들어낸다. AI가 대화 상대가 아니라 실무자로 작동하는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기업의 회계·인사·구매·영업·재고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 안에 통합하는 데 집중해왔다. ERP와 그룹웨어, 문서관리 기능을 통합한 플랫폼은 데이터와 프로세스와 협업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한다. 돌아보면 이것은 하네스 엔지니어링의 기반을 미리 쌓아온 것이었다.
기업용 솔루션을 고도화하며 견지해온 이용자경험(UX) 철학이 있다. '배우지 말고 검색해 쓰라.' 시스템이 사람에게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철학은 이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말하면 실행된다.' 사람이 말하면 AI가 판단하고, 시스템이 움직이고, 결과가 돌아온다. 이것이 우리가 그리는 엔터프라이즈 AI의 완성형이다.
엔터프라이즈 AI의 경쟁은 더 좋은 모델을 쓰는 싸움이 아니다. 고객의 데이터와 업무 구조를 가장 깊이 이해하고 AI가 그 안에서 실제 성과를 내도록 만드는 설계 능력의 싸움이다. 범용 AI를 가져다 놓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것을 기업의 현실 안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AI에게 일터를 만들어주는 것, 그래서 AI가 조직의 구성원처럼 일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장 본질적인 가치다. 기업의 ERP·데이터·업무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AI가 실제로 일하는 AX 운영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AI 강국은 좋은 모델을 가진 나라가 아니라 AI가 현장에서 실제로 일하게 만드는 나라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그 설계를 가장 잘하는 기업이 엔터프라이즈 AI 시대의 주도권을 갖게 될 것이다.
지용구 더존비즈온 공동대표(사장) todcode@douzone.com

3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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