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 전체’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은 단순한 법문 조정이 아니다. 이사회가 주주의 이익을 실질적으로 보호해야 할 법적 책임을 지게 됨을 의미한다. 수년간 논란이 이어진 국내 주요 합병·분할·지배구조 개편 사례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문제의식 즉 ‘소수주주 보호의 실효성’과 ‘이사 책임의 모호성’을 입법적으로 보완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주주 전체의 이익 보호’와 ‘공정한 대우’를 충실의무의 핵심 내용으로 명문화함으로써 이사회의 모든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뿐 아니라 실질적 공정성과 균형성 확보가 필수로 요구되는 구조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런 이상적인 법적 방향을 기업 현실에 실효적으로 접목하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총주주의 이익 보호’와 ‘전체 주주의 공평한 대우’를 실행한다는 건 법문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많은 숙제와 고민을 남긴다.
기업이 합병, 분할, 사업 양수도, 경영권 승계 등 주주가치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할 때 이사회의 선관주의 의무는 이전에도 요구됐다. 하지만 개정 상법이 요구하는 회사와 주주 이익의 보호는 단순히 규제 변화에 대한 컴플라이언스에 기반한 안전장치 마련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장기적 가치, 이해관계자 신뢰, 경영 의사 결정의 투명성을 종합 검토하고 실행하는 전략적 경영관리가 필요하다.
많은 기업이 상법 개정을 계기로 이사회 구조, 위원회 기능, 내부통제 체계 전반을 재정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주이익과 직결되는 사안에 대해 독립된 검토 기능을 수행하는 주주권익보호위원회를 설치하거나 감사위원회의 실질적 심의·감독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주주총회와 이사회 운영 방식에서도 주주 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기록하는 절차 마련, 외부 전문가 보고서 활용 등 신뢰 기반의 지배구조 운영을 위한 실질적 변화가 예정돼 있다. 이사의 법적 책임을 경감하고, 기업의 평판 리스크를 예방하며, 투자자와의 장기적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으로 당연히 수반돼야 하는 대응이다.
상법 개정은 단순히 ‘이사 책임 확대’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이 ‘신뢰를 설계하는 시대’에 들어섰음을 선언한 법제적 신호다. 기업들이 회사와 주주를 위한 내부통제 및 거버넌스를 재정립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의 방향성을 깊이 있게 모색해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