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PEC 정상회의와 천년고도 경주의 국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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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PEC 정상회의와 천년고도 경주의 국제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석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유럽이 우크라이나에서 몇 년째 동서로 갈라져 싸우고, 미국발 관세 충격, 이스라엘·이란 전쟁 등으로 세계가 혼돈에 빠져 있는 2025년, APEC 정상회의는 한국과 경주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APEC은 1990년대 무역 자유화를 통해 아·태 지역의 공동 번영을 추동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이후 점차 무역뿐만 아니라 주요 관심 사안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포괄적 협의체로 발전했다. APEC 정상회의는 매년 가을에 개최되기 때문에 주요국 정상이 만나 현안을 정리하는 기회로 활용되기도 한다. 21개 APEC 회원국에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캐나다 호주 등이 포함되는데 세계 경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무게감이 가볍지 않다.

1년 임기의 의장국은 정상회의 주최국으로서 숙박 교통 경호 등 원활한 행사 진행을 책임지고 의제별 합의를 도출하는 역할을 맡는다. 올해 의장국인 한국이 이 같은 임무를 완수해낸다면 아·태 지역 핵심 국가로서 리더십을 입증하게 될 것이다. APEC 정상회의의 성공은 기본적으로 21개 회원국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의장국의 역량과 의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APEC 정상회의가 개최 도시 경주에 무슨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우선 정상회의 기간을 전후해 경주를 방문하는 각국 대표단의 소비 활동은 경주 지역 경제 활성화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정상회의 기간 경주를 찾는 각국 정부와 기업 관계자만 2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행사를 계기로 경주 내 국제회의 인프라가 확충되고, 업계 종사자가 관련 노하우를 습득하는 등 유무형의 자산 축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이는 경주가 글로벌 마이스(MICE) 도시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국제사회에 경주의 존재를 알리고,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선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관한 합의문이 채택됐다. 이 합의는 개최 도시인 교토의 이름을 따 ‘교토의정서’로 불리게 됐다. 일본 고대 도시인 교토가 자연스럽게 글로벌 무대에 알려지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공동 선언이 나오거나 각국 정상회담에서 중요한 결과가 도출되면 세계 시민이 교토처럼 경주를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APEC 정상회의 준비 과정에 참여한 경주시민과 경북도민 역시 시민의식이 한층 성숙해질 가능성이 높다. 지방 도시의 국제화는 선진국을 가늠하는 척도로 간주된다. 천년고도 경주의 글로벌 비상도 국격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천년 동안 고요히 잠들어 있던 옛 신라 왕국의 수도 경주가 2025년 깨어나 높이 날아오르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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