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신약개발, '양질의 실험 데이터'가 성패 가른다

1 week ago 12

민경진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신약개발지원센터 기반기술부장 인공지능(AI)은 이제 산업 전반의 연구개발 방식을 바꾸고 있다. 특히 신약개발은 AI가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는 대표 분야다. 새로운 약 하나가 환자에게 도달하기까지는 치료 표적을 찾고, 수많은 물질 가운데 가능성 있는 물질을 골라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한 뒤 임상시험과 허가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는 통상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들고, 초기 단계에서 가능성을 보인 물질도 실제 의약품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따라서 실패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일찍 걸러내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후보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신약개발의 중요한 과제다. AI는 이 과정의 속도와 효율을 높이는 강력한 도구다. 컴퓨터 안에서 수많은 화합물을 빠르게 비교하고, 질병과 관련된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하며, 어떤 물질이 표적 단백질에 잘 결합할지 계산할 수 있다. 기존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화합물 구조를 제안하거나 약효·약물성·대사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는 데에도 활용된다. 사람이 모든 후보를 하나씩 실험하기 전에 AI가 우선순위를 제시하면 탐색 범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러나 AI가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찾아주는 것과 실제로 '약이 되는 후보'를 증명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컴퓨터가 아무리 높은 점수를 준 물질이라도 실제 단백질에 제대로 결합하는지, 세포에서 원하는 효과를 내는지, 몸속에서 적절히 흡수·분포·대사·배설되는지, 예상하지 못한 독성은 없는지를 실험으로 확인해야 한다. AI는 학습에 사용한 데이터의 범위와 품질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한쪽으로 치우치면 예측도 흔들릴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이 'Wet data'다. Wet data는 단백질 분석, 화합물 합성, 세포·오가노이드 평가, 약물동태와 독성시험 등 실제 실험을 통해 얻은 생물학·화학 데이터다. 이러한 데이터를 생산하는 실험 환경이 Wet lab이다. 실험 데이터는 AI의 예측을 실제 결과와 비교하고 모델을 개선하는 근거가 된다. 그렇기에 AI가 후보를 제안하고 Wet lab에서 검증한 뒤, 그 결과를 다시 AI의 학습과 설계에 활용하는 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실험에서 탈락한 후보도 중요한 데이터다. 어떤 구조가 효과를 내지 못했는지, 어느 조건에서 독성이 나타났는지를 기록하면 다음 예측의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성공 결과만 축적한 AI는 같은 실패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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