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규제 묶인 바이오…VC 투자 3년새 3분의 1로 급감

2 days ago 2

바이오 기업이 근래 들어 최악의 자금난을 겪고 있다. 벤처캐피털(VC)은 바이오 분야에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있고 정부 연구과제 수주도 얼어붙었다.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도 녹록지 않게 되자 대규모 폐업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금융규제 묶인 바이오…VC 투자 3년새 3분의 1로 급감

◇바이오 투자 중단하는 VC

13일 VC 분석 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바이오·의료·헬스케어 분야 투자 건수와 금액은 꾸준히 줄었다. 투자 건수는 2021년 522건에서 지난해 225건으로 5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이 분야에 몰린 투자금은 3조7358억원에서 1조934억원으로 3분의 1 토막 났다.

코스닥시장 상장사들 주가가 하락하고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위기에 처하는 등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진 점이 주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처럼 인수합병(M&A)에 기대기 어려운 한국 시장에서는 기업공개(IPO)가 유일한 투자금 회수처인데 최근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져 바이오 투자에 신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바이오 기업의 유일한 자금 조달 수단인 코스닥시장 상장도 녹록지 않다. 최근 IPO에 도전한 바이오 기업은 대부분 흥행에 실패해 원하는 만큼 자금을 조달하지 못했다. 올해 상장한 동국생명과학과 오름테라퓨틱은 공모가 희망밴드 하단보다 각각 30%, 17% 공모가를 낮췄다. 특히 오름테라퓨틱은 지난해 말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시장 상황에 한 차례 상장을 철회했다.

‘대어급’ 바이오 기업도 실종됐다. 지난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바이오 기업 21곳은 한 곳당 104억~363억원을 조달했다. 500억원을 넘긴 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 2021년만 해도 SK바이오사이언스(1조4917억원), 에스디바이오센서(6469억원), HK이노엔(5969억원), 피비파마(현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4909억원) 등 조단위나 수천억원을 조달하는 사례가 다수였다.

◇정부 과제 수주도 ‘하늘의 별 따기’

정부 주도 투자를 받는 데도 제약이 많다. 보건복지부가 제약·바이오 투자 활성화를 위해 결성한 K바이오·백신펀드는 투자 대상이 ‘혁신 신약 임상 2~3상 단계 바이오 기업’으로 제한돼 있다. 전체의 80~85%에 해당하는 초기 단계 바이오 기업은 지원을 받기 어렵다. 이마저도 진행 상황이 더디다. 당초 연내 1조원 규모 K바이오·백신펀드를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올해 3월까지 출범된 4개 펀드를 통해 모은 자금은 3786억원에 불과하다.

신생 바이오벤처의 상황은 더 어렵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이들 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 1억~2억원 규모 소규모 과제가 대거 줄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기초과학 기술이 핵심인 바이오 기업은 교원창업하는 사례가 많아 소규모 정부 과제가 기초 기술 개발의 토대가 된다. 정부가 올해 배정한 연구개발(R&D) 예산은 29조6000억원으로 예산 삭감 전 수준을 회복한 것처럼 보이지만 대부분 과제가 대형화돼 바이오벤처가 지원할 수 있는 과제가 크게 줄어들었다. 한범 서울대 의과대 교수는 “2023년에는 중견연구 1381개, 기본연구 1570개 등 소규모 과제가 있었는데 올해는 기본연구가 없어지고 중견연구도 910개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금융 규제 풀어달라”

업계는 규제 개선과 바이오업종 특성에 맞는 정부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첨단기업 433개를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해 12월 발표한 ‘첨단전략산업 규제 체감도’에 따르면 바이오 기업은 금융 규제(20.9%)를 기술 규제(43.6%)에 이어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규제 개선 분야로 지목했다. R&D 단계에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지만 재원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 상황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대한상의 분석이다.

한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업역 특성은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수치상 한계기업(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이란 이유만으로 국가 R&D 과제 참여에 제한을 받는다”며 “산업별 특성을 고려한 재원 조달 지원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