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공지능(AI) 에이전트에만 11억달러(약 1조5147억원)의 투자가 집행된 것으로 집계됐다. 27일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2025 기술 트렌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대비 919% 급증한 수치로, 같은 기간 조사된 13개 기술 트렌드 중 가장 높은 투자 증가율이다. 맥킨지는 보고서에서 “AI 에이전트는 아직 전체 투자 규모는 작지만, 성장률 측면에서 전례 없는 수준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기술 생태계에서 AI 에이전트는 압도적인 성장 속도로 빠르게 ‘성장기’에 진입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투자 감소세를 겪은 기존 신기술 분야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예컨대 미래 모빌리티 분야는 2020년 1975억달러이던 투자금이 2024년에는 1316억달러로 33.4% 감소했고, 미래 생명공학 분야 역시 같은 기간 1272억달러에서 573억달러로 절반 이상 줄었다.
AI 에이전트의 성장세는 고용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AI 에이전트 관련 일자리 공고 수는 지난 1년 새(2023~2024년) 985% 증가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데이터 과학자, 프롬프트 엔지니어 등 고급 기술 인력에 수요가 집중됐다. 필수 역량으로는 파이선, 머신러닝, 자연어처리 등이 꼽혔다. 이는 기업들이 AI 시스템의 구조 설계와 학습 최적화까지 수행할 수 있는 고도화된 인력을 요구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AI 에이전트는 단순 챗봇 및 질의응답형 AI를 넘어 스스로 계획을 수립하고 여러 도구를 연동해 업무를 처리하는 ‘가상 동료’로 진화하고 있다. 맥킨지는 “인간과 기계의 관계가 ‘대체’에서 ‘능력 증강’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사람과 AI 에이전트 간 경계가 흐려지고 ‘공동 창작’ 단계로까지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상용화 측면에서 아직까진 초기 단계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파일럿(예비실험) 단계의 도입이 주를 이루고 있고, AI 에이전트의 책임 소재와 법적·윤리적 기준 마련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