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를 넘어 사모펀드(PE)까지 투자 영역을 확대하는 벤처캐피털(VC)이 늘어나고 있다. 임팩트 투자 전문 VC 인비저닝파트너스는 모빌리티 경량화 부품 개발 기업인 씨티알에 700억원을 투자했다고 27일 밝혔다. 인비저닝의 첫 번째 PE 투자다. 이전까지 초기 스타트업 위주로 투자해온 인비저닝은 올초 PE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인비저닝 관계자는 “경영권 투자 등 PE 투자로 자산군을 확대해 기업들의 후기 성장 단계를 기민하게 지원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임팩트 VC가 PE 투자까지 확장한 건 인비저닝이 처음이다. 임팩트 VC는 수익률뿐만 아니라 사회·환경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한다.
국내 1세대 VC인 HB인베스트먼트도 최근 PE본부를 새롭게 출범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운용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인수합병(M&A) 등 PE 거래로 영역 확장을 준비해왔다. 상반기에 주요 PE 인력을 영입해 전열을 갖춘 만큼 연내 프로젝트 펀드를 결성해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도 PE본부를 신설하고 라이선스 취득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신설된 모태펀드의 기업 승계 M&A 분야에 PE가 아니라 VC들이 지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초기 벤처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존 VC 투자만으론 빠른 성장과 회수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 PE 딜로 확장하는 VC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혁신기업들의 성장 속도가 가속화하면서 벤처투자와 사모투자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VC는 경영지배 목적의 투자에 조건이 걸려 있고, 재무적 투자자 유치 등 대규모 그로스(성장) 투자에 필수적인 금융기법을 활용하기 어렵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