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에도 ‘제2의 메가’를 꿈꾸는 아시아 유학생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선수로 등판할 기회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국내 유학생 8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화이트칼라로 일할 때 필요한 ‘E-7’ 비자를 취득하기 용이하다는 응답은 2.7%뿐이었다. 86.5%가 졸업 후에도 한국에서 구직 계획이 있다고 답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한 스포츠 구단의 모기업에 물으니 “스포츠팀과 달리 대다수 일반 기업에서는 주요 보직은커녕 실무진 레벨에서도 아시아계 채용은 드문 수준”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국내 유학생 20만 명 중 9할을 차지하는 아시아계 대학(원)생들은 구직 활동 중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주로 저임금 생산직에서만 이들을 필요로 할 뿐, 화이트칼라 일자리에서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면접조차 거절당하는 게 예사다. 한 중국인 유학생은 “한국인 직원보다 수습 기간이 5∼6배 많다”고 말했고, 일본인 유학생은 “외국인은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기업이 상당수”라고 털어놨다. 관련 연구를 진행한 김꽃별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도 “이미 비자 문제가 해결된 이들만 채용하려는 회사가 많아 유학생들이 힘들어 한다”고 전했다.
물론 기업들도 그 나름대로 사정은 있다. 생산직, 사무직 가릴 것 없이 인력이 모자란 중소기업은 똘똘한 아시아 청년들을 뽑고 싶어 한다. 하지만 외국인 신입사원에게 연봉 3996만 원을 부담 없이 지급할 중소기업이 많지 않다. 전문 인력용 ‘E-7-1’ 비자로 취업한 이들에게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의 80% 이상 연봉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아시아 유학생들이 한국인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인식도 발목을 잡는다. 물론 외국인이 채용 시장에 대거 뛰어들면 그만큼 구직 경쟁률이 높아질 수는 있다. 그러나 좋은 인재가 몰리면 기업이 성장하고, 이것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능력 있는 외국인의 노동시장 진출을 나쁘게만 볼 일도 아니다. 당장 스포츠계에선 아시아 선수 덕에 리그 전체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첨단산업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훌륭한 인재를 흡수한 덕분에 급성장한 대표적인 사례다. 마이크로소프트(사티아 나델라), 구글(순다르 피차이), 엔비디아(젠슨 황)의 최고경영자(CEO)는 모두 인도나 대만 출신이다.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한국은 미국이 전 세계 인재를 빨아들이는 것처럼 아시아의 천재들을 불러와야 한다. 정관장도 메가를 모셔와 12년 만에 챔프전에 나갔다. 산업계에도 메가와 같은 에이스가 등장해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명승부를 이어가는 날을 꿈꿔 본다.
한재희 산업1부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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