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선행학습을 방지하는 이른바 ‘초등의대반 방지법’도 발의됐다. 학원이 정규 교육과정에 앞서는 내용을 가르치거나, 학원생 선발 과정에서 학교급별 교육과정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해선 안 된다는 규정이 현행 공교육 정상화법에 추가됐다. 36개월 미만 영유아를 대상으로 교과 교습과 국제화(영어) 교육을 금지하는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른바 ‘영어유치원(영유) 금지법’이다.
지난달 말 국회에서 열린 ‘영유아 사교육 문제점과 규제 방안 토론회’에서 각 가정의 사교육비 지출 상한선을 두는 ‘사교육 총량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으니 조만간 ‘사교육비 지출 총량제법’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법안의 배경에는 약 30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사교육비가 있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조사한 지난해 초중고교 사교육비 총액은 29조2000억 원. 지난해 이미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사교육 대상 연령대가 영유아와 N수생으로 넓어지고 있으니 내년에 발표될 올해 지출액 역시 최고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크다. 저출생으로 학령인구는 점점 줄어드는데 대한민국 전체 국가 연구개발(R&D) 예산(2024년 26조5000억 원)보다 큰 비용을 사교육으로 지출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법안이 통과되면 사교육을 줄일 수 있을까? ‘영유 금지법’이 발의되고 정부가 이른바 ‘4세 고시’로 불리는 영어유치원 입소 전 레벨테스트를 금지하자, 서울 강남 지역의 유명 영어유치원은 최근 변경된 정책을 학부모들에게 통보했다. 같은 계열 어학원의 영어 준비반 출신만 입학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학부모들은 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법을 통한 규제가 결국 사교육 시장에 진입하는 연령대만 더 낮추는 방식으로 작동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법 개정으로 사교육 수요를 당장 억누를 수 있을진 몰라도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바로 서지 않으면 ‘영어유치원 진학을 위한 또 다른 영어학원 등록’ 같은 악순환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사교육에 국가 R&D 예산 규모의 돈이 몰리는 이유는 사교육을 신뢰해서가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 모두 공교육을 믿지 못해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한국교육개발원은 사교육 과열 현상을 진단한 보고서에서 ‘입시정책의 지속성 부족에서 오는 불신은 사교육에 의존해 정보를 확보하려는 경향으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하며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만 키우는 입시정책이 계속되는 한 아무리 새로운 이름의 법안이 등장해도 사교육 과열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이서현 정책사회부 차장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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